길을 가다 문득
녹슨 못 하나 보았다
얼마나 거기 오래 있었을까
벌겋게 시간 속을 삭고 있다. 허리는 꺾인 채
아무도 돌아보지 않은 게다
손바닥에 올려본 못은 세월의 부스러기들
비늘처럼 털어내며
허리는 이내 부러질 듯하다
순간 나도 온몸의 살들 떨어져나가고
녹슨 못처럼 뼈만 앙상히 남는다
언젠가 저 못처럼 뼈마저 삭아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을
허우적거리며 오늘도 바삐
가고 있다
◇송진환=1978년 <현대시학> 시로 등단
2001년 <매일신문신춘문예> 시조당선
시집 <바람의 行方> <잡풀의 노래>
<조롱당하다> <누드시집>
<감상> 어떤 이가 하잘 것 없는 녹슨 못 하나에 이렇게 애처롭고 불쌍한 감성을 느낄 수 있겠는가? 역시 시인은 다르긴 다르다. 그 못이 먼 훗날의 나의 모습이라니... 시를 읽고 또 읽으니 먼 훗날 내 모습이 분명하다. 세월의 부스러기들 비늘처럼 털어내는 녹슨 못처럼 언젠가 나도 하잘 것 없는, 볼품없는 몸이 되어 사라지고 말겠지. 나는 생각하고 다짐한다. 그래도 현재 주어진 일상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 말로 진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을…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