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이제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 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구상=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시집 <구상시집> <초토의시> <말씀의 실상> <까마귀>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밭 일기> <유치찬란>
수상 금성 화랑 무공훈장, 서울시 문화상,
국민훈장 동백장, 대한민국 예술원상
<감상> 나의 삶에 있어 또 하나 숙제로 남겨지는 시를 읽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이 한번 뿐이라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시인의 말이 가슴에 새겨진다. 오늘, 과연 어제와 무엇이 얼마나 달랐는지 반성하며 긴 생각에 빠진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