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지 않게
서둘지 않게
  • 승인 2017.06.20 21: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lip20170620092813
이성부

오늘은 천천히 풀꽃들을 살펴보면서

애기똥풀 깨물어 쓴맛이나 보면서

더러는 물가에 떨어진 다래도 주워 씹으면서

좋은 친구 데불고 산에 오른다

저 바위봉우리 올라도 그만 안 올라도 그만

가는 데까지 그냥 가다가

아무 데서나 퍼져 앉아 버려도 그만

바위에 드러누워 흰구름 따라 나도 흐르다가

그냥 내려와도 그만

친구여 자네 잘하는 풀피리소리 들려주게

골짜기 벌레들 기어 나와 춤이나 한바탕

이파리들 잠 깨워 눈 비비는 흔들거림

눈을 감고 물소리 피리소리 따라 나도 흐르다가

흐르다가 풀죽어 고개 숙이는 목숨

천천히 편안하게 산에 오른다

여기쯤에서

한번 드넓게 둘러보고 싶다

◇이성부=1961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양식> 당선
 1969년 제15회 현대문학상 수상
 1977년 제4회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시집 <이성부 시집>(1969), <우리들의 양식>(1974),
 <백제행>(1977), <평야>(1982)

<감상> 항상 바쁘게만 살아야 하는 삶을 위한 시간도 아닐 텐데 마라톤처럼 늘 쉬지 않고 달리는 기분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마음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잠시 심호흡하며 쉬어갈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의 자세도 중요하다. 하늘도 보고 예쁜 들꽃도 보면서 이 아름다운 세상 드넓게 둘러보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남이 가는 길이 전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멋진 길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유로운 마음 가진다는 것은 주변을 돌아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는 것이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