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천천히 풀꽃들을 살펴보면서
애기똥풀 깨물어 쓴맛이나 보면서
더러는 물가에 떨어진 다래도 주워 씹으면서
좋은 친구 데불고 산에 오른다
저 바위봉우리 올라도 그만 안 올라도 그만
가는 데까지 그냥 가다가
아무 데서나 퍼져 앉아 버려도 그만
바위에 드러누워 흰구름 따라 나도 흐르다가
그냥 내려와도 그만
친구여 자네 잘하는 풀피리소리 들려주게
골짜기 벌레들 기어 나와 춤이나 한바탕
이파리들 잠 깨워 눈 비비는 흔들거림
눈을 감고 물소리 피리소리 따라 나도 흐르다가
흐르다가 풀죽어 고개 숙이는 목숨
천천히 편안하게 산에 오른다
여기쯤에서
한번 드넓게 둘러보고 싶다
◇이성부=1961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양식> 당선
1969년 제15회 현대문학상 수상
1977년 제4회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시집 <이성부 시집>(1969), <우리들의 양식>(1974),
<백제행>(1977), <평야>(1982)
<감상> 항상 바쁘게만 살아야 하는 삶을 위한 시간도 아닐 텐데 마라톤처럼 늘 쉬지 않고 달리는 기분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마음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잠시 심호흡하며 쉬어갈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의 자세도 중요하다. 하늘도 보고 예쁜 들꽃도 보면서 이 아름다운 세상 드넓게 둘러보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남이 가는 길이 전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멋진 길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유로운 마음 가진다는 것은 주변을 돌아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는 것이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