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이근배=시집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
<노래여 노래여><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종소리는 끝없이 새벽을 깨운다>
한국시인협회장, 현대시조100년 세계민족시대회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
<감상>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후회나 좌절을 안 해 본 사람 어디 있던가? 어려움 없이 행복하게만 사는 것만이 잘 산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살다보면 생각지 못한 일들을 숱하게 겪게 마련이다. 그래서 시인의 생각과 같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고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과 시련들, 어쩌면 자신을 한번 뒤돌아보게 하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위기는 바로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삶의 변화에도 굳건한 자신의 입지를 가지고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만 있다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