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참 짧다, 생각하다가도
돌이켜보면 꽤 길다
해 뜨고 해 지는 일 어디 만만한 순례길인가
꽃잎을 여느라, 모란은
한나절 얼마나 용을 써댔을 테고, 구름은 또
동에서 서으로 발이 부르트도록 건넜을 것이었다.
그대에게로 가는 길
손끝 닿을 듯 지척이다 싶다가도
아직 너무 멀어 반도 못 왔다
하루 해 저리도 중천인데
사람들은 자꾸만
짧다, 짧다, 헛꽃 피우듯 중얼거린다
<감상> 오늘도 참 많은 일들이 함께한 하루다. 오전 강의 끝나고 지인들과 함께 영덕 강구 바다로 갔다. 돌아오는 길에 지인의 전원주택 마을 구경하고 가꾸어 놓은 텃밭에 상추며 근대, 쑥갓을 솎아내기도 하고 그리고 정원 한쪽 옆에 서 있는 작은 보리수나무에 말랑말랑 익은 붉은 보리수 열매도 따서 나눠 먹었다. 늘 짧다고만 생각한 하루였는데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하루임을 강문숙 시인의 ‘하루’ 라는 시를 읽고 오늘에야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 사람에 따라서 또는 형편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 꽤 긴 시간이었음을 느낀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오늘 새롭게 생각했던 점들을 짧게나마 정리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고 정말 고맙고 감사한 하루였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