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작은 보따리를 가지고
이곳까지 잘도 살아왔다
얼마 되지 않는 지식
얼마 되지 않는 지혜
얼마 되지 않는 상식
얼마 되지 않는 경험
얼마 되지 않는 창작
얼마 되지 않는 돈
실로 서투른 판단과 행동을 가지고
용케도 이곳까지 살아왔다
이제 머지않아 이곳을 떠나려니
아무런 후회도 없다
어쩌면 이렇게도 고마울 수 있으랴
어쩌면 이렇게도 고마울 수 있으랴
<감상> 작은 보따리 정도의 내 그릇이 그렇게도 작은데 어떻게 용케도 이곳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는 시인의 겸손한 표현의 시를 읽으면서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시인은 아무런 아쉬움도 후회도 없다고 말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맙고 감사해 하고 있다. 비하면 나의 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늘 불평했던 삶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은 칭찬하는 사람이고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시인의 고마움은 작은 보따리를 쥐고도 무사히 삶의 끝에 이르게 하신 하나님 앞에 무한히 감사하다는 마음의 고백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떻게 살아야 앞으로 후회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 시인과 같이 작은 보따리를 들고 이곳까지 왔지만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고마워 할 수 있을지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래도 작은 보따리 들고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갈 내일을 스스로 응원해 본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