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까마득한 막장 같은 땅 속에서
세월을 베고 드러누운
맷돌 하나 재갈 푸는
어머니.
갈참나무 잎사귀 같은 두 손으로
텃밭에서 따온 몇 자루의 땀,
손바닥 물집 터트려 연명한
콩국수 한 그릇은
아침저녁 절기의 손금마다
맥을 짚어 온 어머니의 손맛.
꽃대궁처럼 살아 온
옷고름 적시는 눈물 두엇
텃밭의 콩 일제히 숨을 죽여
대젓가락 나란히 콩국수를 먹으며
먹물 같은 한 생애 휘감아 온
맷돌소리만 스르릉 스르릉
구수가락 같은 웃음을 뽑아낸다.
<감상> 왠지 유난히도 더운 듯 느껴지는 올 여름이다.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해서 지금까지 먹지 않았던 얼음 동동 띄운 걸쭉한 콩국수 한 그릇이 그리워진다. 영양분이 풍부해 예로부터 서민들의 여름철 보양음식 콩국수,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이면 더위도 사라질 것 같다. 너무 더운 탓일까? 오늘은 문득 권영호시인의 콩국수 한 그릇 시가 눈에 들어온다. 어릴 적 내 어머니께서도 가끔씩 콩을 불려 삶아 맷돌에 갈아 콩국수를 해 주셔서 온 가족이 툇마루에 둘러 앉아 먹던 기억이 난다. 시인도 그 옛날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시원하고 구수한 콩국수가 생각나는 모양이다. 시를 읽다 보니 콩물의 맛을 보기도 전에 그 고소함이 벌써 입속에 전해지는 듯 상상이 된다.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한 여름철 별미로 손색없는 콩국수, 오늘저녁은 더위에 지친 가족들과 함께 먹고 싶다. 옛날엔 맷돌을 돌려 만드는 과정이 조금 번거로움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다지 어렵지 않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 시원한 콩국수로 몸보신도 하고 무더운 여름을 식힐 수 있어 오늘 메뉴로 추천한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