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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좋은시를 찾아서

어머니의 밥

기사전송 2017-07-30, 2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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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현




어머니의 밥상은 늘 비어있었다

시어 꼬부라진 김치 한 조각을 밥숟갈에

처억 얹어 자시면 그 뿐

어머니의 밥상은 늘 말이 없었다



어쩌다 빈 상에 자반 한 토막이라도 올라올라치면

몸뚱이 다 발려진 대가리에 얼굴을 묻으시고

멀건 눈깔만 파 드시던 어머니,



평생 가난에 이골이 난 어머니의 밥상은

형편이 아무리 좋아졌어도

자반의 맨살 맛을 모르시겠다는 듯

젓가락을 비틀어 눈깔을 후비신다



이제는 자반의 살맛을 보여드려야지

이제는 살 맛 나는 세상도 보여드려야지

갖은 고명으로 진수성찬을 차렸건만

어머니는 끝내 살맛을 모르신다

살 맛 나는 세상도 모르신다



늘 눈 질끈 감고 사신 한 평생

허기진 뱃가죽에 기름기가 겉돌아

어머니의 밥상을 빙빙 맴돈다

대충 끼워 맞춰진 틀니처럼

살 맛 나는 세상이 삐걱거린다


◇강재현=199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그대에게선 들풀 향내가 난다><사람은 그리워 하기 위해 잠이 든다> <그리움이 깊은 날에는>
 2003년 노천명문학상 수상


<감상> 언젠가 식당에서 생선대가리를 빨아 드시는 할머니를 본 어린 조카가 ‘할머니 그게 맛있어요?’ 하고 묻는 조카의 얼굴을 힐끗 보시고는 웃으셨다. 그렇다. 이제는 자반의 살맛을 보여드려야지 이제는 살 맛 나는 세상도 보여드려야지 갖은 고명으로 진수성찬을 차렸건만 어머니는 끝내 살맛을 모르신다는 시인의 어머니처럼 내 어머니도 그렇게 맛나고 고급 음식도 많건만 여든을 훌쩍 넘긴 꼬부랑 노모가 되고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이제는 습관처럼 생선대가리를 빨아 드시는 어머니를 볼 때면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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