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밥상은 늘 비어있었다
시어 꼬부라진 김치 한 조각을 밥숟갈에
처억 얹어 자시면 그 뿐
어머니의 밥상은 늘 말이 없었다
어쩌다 빈 상에 자반 한 토막이라도 올라올라치면
몸뚱이 다 발려진 대가리에 얼굴을 묻으시고
멀건 눈깔만 파 드시던 어머니,
평생 가난에 이골이 난 어머니의 밥상은
형편이 아무리 좋아졌어도
자반의 맨살 맛을 모르시겠다는 듯
젓가락을 비틀어 눈깔을 후비신다
이제는 자반의 살맛을 보여드려야지
이제는 살 맛 나는 세상도 보여드려야지
갖은 고명으로 진수성찬을 차렸건만
어머니는 끝내 살맛을 모르신다
살 맛 나는 세상도 모르신다
늘 눈 질끈 감고 사신 한 평생
허기진 뱃가죽에 기름기가 겉돌아
어머니의 밥상을 빙빙 맴돈다
대충 끼워 맞춰진 틀니처럼
살 맛 나는 세상이 삐걱거린다
◇강재현=199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그대에게선 들풀 향내가 난다><사람은 그리워 하기 위해 잠이 든다> <그리움이 깊은 날에는>
2003년 노천명문학상 수상
<감상> 언젠가 식당에서 생선대가리를 빨아 드시는 할머니를 본 어린 조카가 ‘할머니 그게 맛있어요?’ 하고 묻는 조카의 얼굴을 힐끗 보시고는 웃으셨다. 그렇다. 이제는 자반의 살맛을 보여드려야지 이제는 살 맛 나는 세상도 보여드려야지 갖은 고명으로 진수성찬을 차렸건만 어머니는 끝내 살맛을 모르신다는 시인의 어머니처럼 내 어머니도 그렇게 맛나고 고급 음식도 많건만 여든을 훌쩍 넘긴 꼬부랑 노모가 되고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이제는 습관처럼 생선대가리를 빨아 드시는 어머니를 볼 때면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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