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머물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동안은
묵묵히 흐르는 유구한 시간도 발을 멈추고
사랑, 그 옆에서 기다려주곤 합니다.
덧없는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허무한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무정한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잔인한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속절없는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만큼
사랑 옆에선 발을 멈추고
시간이 중단된 우주를 마련해 주곤 합니다.
언제까지나,
그러다간
사랑이 지나가면
겉잡을 수 없는 시간의 속도,
아, 그러한 세월의 길을, 사람은
인생이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속절없이
◇조병화=경희대학교 문리과대학 학장, 세계시인대회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등 역임
시집 <하루만의 위안> <인간고도> <밤의 이야기>
<시간의 숙소를 더듬어서> <공존의 이유> <남남>
<감상> ‘시간이 잘 간다’, ‘시간이 더디게 간다’라고 사람들은 곧잘 시간을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였다 말하곤 한다. 때로 시간은 멈추기도 한다. 첫눈에 반한 그녀를 혹은 그 남자를 발견한 순간, 피가 온몸을 돌며 별가루를 옮기는 동안 시간은 영원히 정지된 듯도 한다. 그러다 머무르기도 한다. 그러다 또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렇게 인생은 돌고 속설 없이 우리는 살아간다고 한다. 억만 겁을 돌고 도는 우주의 시계, 그 시계를 맘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게 인간이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윤미경-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