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이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 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움큼의 시들을 쏟아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가을은 깊어가네.
◇이해인=시집 <민들레의 영토> <시간의 얼굴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내 혼에 불을 놓아> <다른 옷은 입 을 수가 없네>
산문집 <두레박 , 꽃삽> <사랑할 땐 별이 되고>
동시집 <엄마와 분꽃>
<감상> 서늘한 바람 숨소리 맑고 파랗게 높은 구름 눈이 밝다. 고운 호흡과 밝은 시선으로 마음을 바라보고 네 영혼을 투시 하는 우리는 소리 없는 대화를 한다. 가을이 왔다. 외로움 쌓이면 우리 가슴속 소리 없는 사랑의 대화를 하자.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