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물에 손과 얼굴을 씻고 일어나
어둠이 내리는 마을과 숲을 바라본다.
끄억끄억 새소리가
어슴푸레한 기운과 함께 산촌을 덮는다
하늘의 하루가 내게 주어졌던 하루와 함께 저문다
내가 가야 할 숲도 저물고 있다
사람의 마을을 품은 숲은 어제처럼 고요하다
풍요롭지도 외롭지도 않은 무심한 생이 흐르건만,
저무는 것이 나만이 아님이 고맙다.
◇유승도=199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당선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일방적 사랑>
<수염 기르기> <차가운 웃음> <고향은 있다>
<감상> 하늘의 하루가 내게 주어졌던 하루와 함께 저문다. 내가 가야 할 숲도 저물고 있다. 는 시인의 말처럼 하루 스물 네 시간은 사람에게나 사물에게나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여름이 저물고 벌써 가을이 이만큼 가까이 와 있다.
외롭지도 그렇다고 풍요롭지도 않은 오늘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낮 동안의 일들을 하나하나 되 뇌여 본다. 피곤한 몸을 눕히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저문 하루를 가만히 반성하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그러므로 새롭게 주어질 내일의 시간에도 희망을 다짐할 수 있어 고맙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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