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에 묻혀서
안부를 묻기에도 바쁜 나날들, 그러나
반가운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는 명절의 기쁨
부푼 마음에는 벌써부터 보름달이 뜹니다
고향의 단풍은 여전히 곱겠지요
이웃과 벗들이 정겨운 그곳엔
나이를 먹어도 어릴 적 꿈이 살아 숨 쉽니다
고향의 들녘은 언제나 풍요로운 가슴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정성스레 가을꽃 한 송이의 리본을 달 때
좋아하실까? 라는 생각
엷은 미소 지으며 설레는 마음
그동안 소홀했던 인사도 함께 포장합니다
송편처럼 둥글게 빚은 마음으로
우애를 다지며 모나지 않게 살기를
기울면 차고, 차면 또 기운다는
삶의 이치를 깨닫기까지 너무 많이 써버릴 시간들
열어야 비로소 담을 수 있음을, 안을 수 있음을
이제는 알게 하시어
보름달처럼 멀리 비추는 겸허한 빛으로 살 수 있기를
생각하면 그립고
그리우면 눈물나는
아버지, 어머니, 부를수록 부르면
어두운 한 켠이 서서히 환해지고
비좁던 마음도 넓게 넓게 밝혀주시는
보름달처럼 변함없는 사랑
그 크신 사랑으로 맞이하는 한가위가 마냥 행복합니다
◇이채=시집 <중년이라고 그리움을 모르겠습니까> <중년이라고 이러면 안 됩니까>
노천명문학상, 조지훈문학상 등 수상
<감상> 이번 한가위엔 우리 모두 부모님과 형제자매, 친지들과 한복 곱게 차려입고, 성묘 가던 꼬부랑길로 한달음에 달려가 이채 시인의 송편처럼 둥글고,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가을 들판처럼 풍성한 한가위의 호사를 마음껏 누려 보자.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