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21일 토요일    단기 4350년 음력 9월2일(辛巳)
오피니언좋은시를 찾아서

뒷짐 이정록

기사전송 2017-09-28, 21:51:50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싸이로그 구글

clip20170928093113
이정록



짐 꾸리던 손이

작은 짐이 되어 등 뒤로 얹혔다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임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 끗발 조이던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 안았다

세상을 거머쥐려 나돌던 손가락이

제 등을 넘어 스스로를 껴안았다

젊어서는 시린 게 가슴뿐인 줄 알았지

등 뒤에 두 손을 얹자 기댈 곳 없던 등허리가

아기처럼 다소곳해진다, 토닥토닥

어깨 위로 억새꽃이 흩날리고 있다

구멍 숭숭 뚫린 뼈마디로도

아기를 잘 업을 수 있는 것은

허공 한 채 업고 다니는 저 뒷짐의

둥근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겠는가

밀쳐놓은 빈손 위에

무한 천공의 주춧돌이 가볍게 올라앉았다


◇이정록=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정말> <의자>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제비꽃 여인숙>
<풋사과의 주름살>
2001년 김수영문학상과 2002년 김달진문학상 수상


<감상> 사람마다 생각과 견해가 다르다는 것을 이정록시인의 뒷짐을 보면서 한 번 더 깨닫게 된다. 시인은 뒷짐을 지고 있는 사람의 손을 보면서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늘 버릇처럼 뒷짐을 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남편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왠지 나이든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어 늘 못마땅한 생각에 뒷짐 지는 것을 못하게 하거나 토라져 저만치 혼자 걸어 가 버렸던 적도 있다.

어릴 적 들일 다녀오신 아버지께서도 늘 뒷짐을 지고 마당에 들어서곤 하셨다. 두 손을 등 뒤로 가지런히 포개어 받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삶의 무게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남편도 한 가정에 가장이란 힘든 짐이 항상 어깨를 누른 무게로 느껴졌을까 생각이 들어 이제야 이해하며 나란히 함께 걸을 수 있을 듯하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요즘 싸이로그 구글
제9회 경주관광해변가요축제
2016포항해변전국가요제
<이명철 교수의 맛기행>
 월남쌈 전문점 '쌈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