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있을 때가 잦아졌다
요즘은 나 홀로
온갖 생각의 안팎을 떠돈다
거기에 날개를 달아 보거나
내 속으로 깊이 가라앉을 때가 잦다
빈집에서 빈방 가득
생각들을 풀어내다 거둬들이다 하면서
나 홀로 술잔을 기울일 때가 좋아졌다
혼자 마신 술에 젖어
술이 나를 열어 주는 길을 따라
나 홀로 유유자적할 때가 좋다
적막이 적막을 껴입고 또 껴입으면
혼가 그 적막을 지그시 눌러 앉히곤 한다
눌러 앉혀 다독이면
그윽하게 따뜻해지는 적막이 좋다
나 홀로, 늘 혼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감상> 원시 사회에서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 함께 사냥을 하며 생존을 위해 ‘혼자’는 용납할 수 없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혼자 살아가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살아가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시인은 그런 적적함을 공기처럼 익숙함으로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빈집에서 나 홀로 기울이는 술잔과 함께 천천히 고독을 즐기는 여유를 보여주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없이 껴입는 적막의 두께를 지그시 눌러 앉히고 따뜻해지고 싶은 ‘나’를 위로해주는 자신을 발견한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외롭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김사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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