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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좋은시를 찾아서

<김사윤의 시선(詩選)> 실-‘규중칠우’ 중에서 박복조

기사전송 2017-10-31, 21: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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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조
박복조




실타래 감는다

마음의 올 풀고 풀어

박음질한다

서로 등 돌린채 눈 맞추면

엇대이듯 가지런히

바늘귀 꿰인 실파람

수없이 넘나든 곳, 청홍실로 꼬이어

기대인 너와 나,

드나든 길 저기

훤히 트인 들판,

발자국마다 고향 가는 길

얼싸안고 길 스며들면

비릿한 인연 일어서느니

올올이 엮어들어 입 맞추면

한 몸으로 꿈꾸고 있는

천지에 없던 몸 태어난다

실의 춤,

영원과 지금을 꿰매고 있다


◇박복조=<문학시대><수필문학>등단
 제1회 대구의 작가상, 국제팬클럽 아카데미 문학상 
시집<차라리 사람을 버리리라> 외


<감상> 이 작품은 조선 후기로 추정되는 작가미상의 수필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규방에서 쓰이는 소품들 중에서 청홍흑백각시(靑紅黑白閣氏:실)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재미있게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며 의인화하고 있는 수필과는 달리 이 작품은 ‘실’에서부터 진지한 삶의 희로애락을 다루고 있다. 실타래를 풀며 감으며 천지에 없던 의류로 탄생하는 과정들이 첨예하게 표현되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영원과 지금을 꿰는 시인의 통찰력이다. 하나로 만나 새로운 뭔가를 창조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는 바느질에서 ‘실’은 규방의 주체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모두를 하나로 만날 수 있는 객체의 역할까지 소화해내기 때문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남과 북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청홍흑백각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 넓은 세계가 두렵지 않은 우리 민족이 될 수 있게 말이다. -김사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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