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사진을 찍었는데 좀 괜찮게 나왔다
아내에게 한 장 건네주며
“내 영정사진으로 하소.” 한마디 붙이니
툭, “참내~ 곧 죽을 사람처럼 말하네.” 한다
갑자기 섬뜩한 한줄기 빛이 날아와
날카롭게 내 몸에 박힌다,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 깨끗이 몸을 씻고
장롱 속 곱게 개킨 하얀 속옷을 꺼내 입었다
초저녁 하늘에서 별똥별 하나 떨어진다
오늘 밤 나는
지난 세월 각진 시간 속을 더듬어,
내 만나야 할 길
내 씻어야 할 길을
찾아 나선다
아, 내일은,,,,,,
◇서영림=본명 서복돌. 계간 <시세계>발표
월간 문학세계 등단. 제2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시 부문 동상. 공저<22인의 명시> 외 다수
<감상> 무엇보다 사진 한 장을 아내에게 건넸을 때 시인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못내 궁금하다. 정말 영정 사진으로 쓰였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을지, 아니면 무심결에 한번 아내에게 그야말로 툭 던져 보았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시인에게 섬뜩함을 안겨 주고 말았다. “곧 죽을 것처럼 말하는 남편”이 못마땅하니 말이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로 독자를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1연에서 보여준 유쾌한 장면들이 2연에서 비장함을 보이고 있는가 하면, 깨끗이 몸을 씻고 수의처럼 곱게 갠 하얀 속옷을 꺼내 입고 죽음의 의식이라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침내 3연에서 초저녁에 별똥별이 떨어지며 자성의 시간을 가지는 시인에게 죽음은 각진 시간 속을 더듬어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다짐을 하고 있다. 영원불멸을 꿈꾸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죽음의 서시처럼 자연스럽기만 하다. -김사윤(시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