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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좋은시를 찾아서

티눈이 자란다

기사전송 2017-12-18, 21: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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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정


어떤 사람에겐 터널이

누군가에겐 지름길이다

계단이 납작 엎드려 공황장애를 앓고

바람은 계단의 꼭대기에서 춤춘다

먹구름을 배달한 까치들

조명 꺼진 터널을 지나가는데

셔터를 내린 그의 눈은 아직 겨울이다

아무도 그의 벨을 누르지 않아

봄빛은 창을 두드리는데

날선 불안은 손발을 창밖으로 자꾸 던져버리고

차곡차곡 쌓이는 먼지들의 임대료는

벚꽃나무 옆 싱싱한 포커레인이 독촉 한다

뒷모습뿐인 거울

소파가 침대가 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불황과 공황을 오독하지도 않는다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낙서가

이 벽 저 벽 뛰어다닐 때

벚꽃의 공약은 일용직 잡부를 재배할거라는 촉지도

이건 서막에 불과할지도

아무도 모른다

흰 달은 셔터를 두드리는데



◇양아정=2005년 등단

시집『푸줏간집 여자』

부산작가회의·모던포엠작가회원



<해설>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낙서’가 이 벽 저 벽 뛰어다니는 이 시대에 진실로 아파하는 자들이 누구인가 묻고 있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모르는 것 같지만, 정직한 약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봄빛이 창을 두드리고, 흰 달이 셔터를 두드리는 것을 보면 아직 희망은 있다. -백운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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