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본 고향집
비 내리는 어느 간이역인양
설렁했지만 정들었던 옛집
초가삼간이었던 지붕에는
새마을 운동 때 쯤 스래트를 얹은 듯
댓돌위엔 센달 운동화 각 한 켤레씩
감꽃 주워 목걸이 만들던 어렸던 감나무가
고목되어 허리 굽은 나 닮았고
대문 앞 실개천은 예와 같더라, 만
어머님은 우리 오누이 키우시며
서산에 해지고 동산에 달 오를 때
그 많은 날 얼마나 고독하셨을까?
나 정수리에 서릿발 이고 이제야 알았네
내 고이 자란 일 어머님 덕분인 줄
고향집에 묻어나는 울 엄니 체취
◇황춘자 = 경북 포항 출생으로 한국시민문학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 중이며 문학동네, 대구신문 등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왔다. 시집으로 <사모곡> <쌍리마을 매화향기>등이 있다.
<해설> 고향하면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그래서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반가운 것이다. 하물며 고향 옛집이라니 말해 뭣하랴. 어릴 적 모습만 덩그러니 추억으로 남아있는 고향집. 그 집을 지키시던 주인이 떠나고 없는 자리에서 ‘내 고이 자란 것이 어머니 덕분임을’ 깨닫는다는 노시인의 고향 나들이를 의미 깊게 들여다본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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