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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자명종

김영란법과 호박불취부개(琥珀不取腐芥)

기사전송 2016-10-24, 21: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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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논설실장
김영란법 시행을 놓고 논란이 많다. 대체적으로 법의 취지는 공감하나, 구체적인 방법에는 개선점이 많다는 시각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처럼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법 개정을 통해 김영란법의 취지를 살려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듯 보인다.

공직자들의 청렴과 관련해 인류가 사용한 가장 오래된 보석 중의 하나인 호박과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호박불취부개(琥珀不取腐芥)란 말이 그것이다. 중국 후한 말 삼국시대 우번(虞飜)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호박이란 보석은 여느 보석과 다른 점이 많다. 투명한 호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미, 개미, 갑충 등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호박이 생긴 유래에 관해서도 재미있는 설이 많다. 중국에서는 호랑이의 혼이 굳어진 보석이라는 전설이 있고, 어떤 나라에서는 태양의 열이 너무 뜨거워 땅이 흘린 땀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호박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호박은 예부터 보호의 마력을 지녔다고 여겨졌으며, 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믿어졌다. 또한 호박 같은 황색의 보석은 뇌, 신경, 허파를 튼튼하게 해 당뇨병이나 우울증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보석은 흠과 불순물이 없어야 그 가치를 인정받지만 호박은 다른 보석과 달리 불순물이 많이 내포될수록 그 가치를 인정 받는다. 그 이유는 호박이 만들어지는 원인 때문이다. 호박은 땅 속에 묻혀 열과 압력으로 굳어진 송진 화석으로 지금으로부터 그 기원이 대략 3천만 년에서 5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므로 호박에는 거미, 개미, 파리, 갑충 등의 곤충류와 조류의 날개, 식물의 잎이 들어간 것이 오히려 가치가 높다. 비싼 호박은 다이아몬드 값과 비길 정도로 고가를 호가한다.

호박불취부개(琥珀不取腐芥)는 호박과 같이 아름다운 보석은 썩은 먼지를 흡수하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즉, 청렴한 선비는 부정한 물건을 받지 않음을 비유하고 있다.

이 말은 승관발재(升官發財)란 말로 인해 더욱 유명해졌다. 승관발재는 관리가 되어 돈을 버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도 박봉인 공직자가 돈을 버는 가장 쉬운 방법은 뇌물을 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벼슬이 곧 돈벌이’란 말이 생겨났고, 관청은 곧 서민의 고혈을 빨아 먹는 곳으로 통했다. 오늘날 관료나 정치가가 뇌물을 받는 역사(?)는 깊고도 깊은 셈이다.

예로부터 재물은 탁(濁)하고 명예는 청(淸)한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재물과 명예를 다 누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뇌물수수가 보편적인 상황에서 혼자서 청렴결백하고 부정한 금품을 받지 않으려면 대단한 극기심이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청백리가 존경받기보다는 재벌이 칭송받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 할 것이다.

‘권력은 10년을 가지 힘들지만,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가는 세상’에서 최고의 선(善)은 곧 재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깨끗한 가운데 만들어지는 보석은 대대손손 변함없이 영원하다. 자기희생과 인고의 시간이 없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 보석의 세계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승관발재란 단어가 사라지고 호박불취부개란 말이 중심이 되는 날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질보다 정신을 숭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권력에 빌붙어서 이익를 추구하는 기업인과 이런 기업인과 호가호위하면서 승관발재하는 공직자를 단죄하는 법이 김영란법이다. 김영란법이 모든 공직자를 호박처럼 빛나는 보석으로 만드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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