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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자명종

국정농단과 수정목 공문

기사전송 2016-11-21, 21: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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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논설실장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퇴보를 불러왔다. 특정 한 가지의 행동과 정책이 잘못되거나 실패한 것과 달리 이들에 의한 국정농단은 국가 전체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왔다. 국정농단 폐해의 무서움이다. 그래서 국정농단은 옛부터 패망의 지름길로 여겨져 왔다.

태조 왕건이 건국한 고려의 멸망도 국정농단에서 비롯됐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수정목의 공문’이다. 고려 간신열전에 나오는 임견미와 관련된 고사이다. 공민왕10년(1361년), 홍건적의 침입으로 개경이 함락되자 임견미는 왕을 모시고 피난길을 따라갔다. 피난 행렬이 경기도 광주에 이르자 임견미는 눈물을 흘리며 각 도의 군사를 징발하여 적을 토벌해야 한다고 재상과 임금에게 건의하였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임견미의 진심어린 충언을 높이 샀던 공민왕은 개경을 수복하고 난 후 그를 1등 공신으로 봉했다. 그 후 임견미는 공민왕과 우왕의 총애를 받으며 출세가도를 달렸고 정치적으로는 이인임과 손을 잡았다.

무관 출신이었던 임견미는 평소 문신들을 몹시 싫어하였는데 신진사대부와 이인임 등의 권문세족들이 갈등을 빚자 이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위치가 높아질수록 무장 출신으로써의 한계를 느껴졌다. 그 무렵 자신의 손으로 유배를 보낸 염흥방의 집안이 대대로 벼슬을 한 명문가라는 것을 안 임견미는 그에게 사돈을 맺자고 청했다. 행여 가시밭길 같은 고생길을 걷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었던 염흥방은 사대부의 지조를 헌신짝처럼 던져버리고 임견미의 달콤한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이후 두 사람은 안팎으로 손이 잘 맞는 정치적 동지이자 횡령과 수탈에 앞장서는 환상의 파트너가 된다.

임견미와 염흥방은 매우 죽이 잘 맞았다. 정치적 행보 뿐 권력을 남용해 백성들의 토지와 재물을 약탈하는 등 전횡을 저지르는 일에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을 보였다. 이들은 ‘수정목 공문’을 즐겨 사용했다. 수정목 공문이란 임견미가 악질적인 노비들을 시켜 좋은 토지를 가진 땅주인을 수정목(水精木)으로 마구 때린 후 억지로 땅을 빼앗는 것을 말했다. 비록 땅문서가 있다 하여도 인정사정없는 ‘수정목 몽둥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이를 ‘수정목 공문’이라고 불렀다. 임견미에게 ‘수정목 공문’이 있다면 염흥방에게는 ‘물푸레나무 공문’이 있었다.

우왕9년(1383년)에는 수문하시중(좌의정)의 자리에 오른 임견미는 명실 공히 이인임의 뒤를 잇는 도당의 실세로 자리매김했고 이듬해 마침내 문하시중(영의정)에 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작은 사건으로 권력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염흥방의 노비 이광이 조반의 토지를 빼앗은 일이 원인이었다. 이 사건으로 염흥방은 우왕에게 버림을 받았고 이후 임견미와 함께 최영과 이성계의 손에 제거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정목 공문’은 부당한 횡포의 대명가가 됐다. 국가 권위의 상징인 공문보다 한낫 몽둥이가 국가권위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지칭하게 됐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도 ‘수정목 공문’의 재현과 같다. 너무나 닮은 점이 많다. 어리석은 우왕이 탐관오리 임견미와 염흥방을 총애한 것이나, 임견미나 염흥방이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오로지 사적인 힘으로 국민과 국가질서를 무너뜨린 점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

지금의 대한민국도 ‘수정목 공문’의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검찰수사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밝혀진 상황이다. 최순실, 안종범, 차은택, 김종, 고영태, 장시호 등이 수정목이라는 몽둥이를 들고 횡포를 부리도록 공모한 사람이 국가최고 지도자란 사실에 경악을 금하기 힘들다. 대한민국호가 세월호처럼 침몰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제2의 최영과 이성계 장군이 필요한 시기이다.

누가 제2의 최영과 이성계 장군이 될 것인가? 지금은 수정목 몽둥이의 가장 큰 피해자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국민들에겐 고단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자라날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이 해야 할 사명이기 때문이다. ‘수정목 공문’의 횡포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들은 ‘수정목 공문’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토요일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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