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Diaspora)와 가치관 혼란
디아스포라(Diaspora)와 가치관 혼란
  • 승인 2016.12.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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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논설실장
‘최순실 게이트’ 이후 한국 사회는 가치관 혼란을 겪고 있다. 40~50 중년들 사이에서 ‘이민 갈까’하는 말을 자주 하고, 듣게 된다. 그만큼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사회에서 가치관의 큰 혼돈을 불어왔다. 그래서 한국판 디아스포라란 말도 생겨나고 있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한다.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디아스포라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너머’를 뜻하는 ‘디아(dia)’와 ‘씨를 뿌리다’를 뜻하는 스페로(spero)가 합성된 단어로, 이산(離散) 또는 파종(播種)을 의미한다.

오늘날 디아스포라의 의미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바빌론 유수(幽囚)’ 이후 팔레스타인 밖에서 흩어져 사는 유대인 거류지를 지칭하거나 ‘팔레스타인 사람 또는 근대 이스라엘 밖에 거주하는 유대인’을 지칭하는 용어였으나, 그 의미가 점차 확장되어 유대인뿐 아니라 국외로 추방된 소수의 집단 공동체나 정치적 난민, 이민자, 소수 인종 등과 같은 다양한 범주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폭넓게 사용되게 되었다. 예컨대 유대인이나 아프리카인, 아르메니아인처럼 정치적 박해나 노예, 민족 학살 등의 사유로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유랑생활을 하는 경우는 ‘피해자 디아스포라’, 중국 화교처럼 교역을 목적으로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거주하며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경우는 ‘교역 디아스포라’, 인도인처럼 계약 노동자로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생활하며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경우는 ‘노동 디아스포라’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한국판 디아스포라는 한국 혐오증으로 대변된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본디 성실한 한민족의 기질을 발휘해 하루 하루를 성실히 살아온 중년들이 겪는 심리적 허탈감의 일종이다.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우대받는 사회가 아니라 재주있고 권모술수에 능해 높은 지위와 큰 부를 축척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진실처럼 여겨지는 사회에 대한 자포자기적인 심리상태라고 볼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의 권위를 무너뜨렸고, ‘원칙’의 대명사로 불리던 박근혜 대통령을 ‘이중 인격자’나 ‘위선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학력위조는 물론 돈으로 지식을 사서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고위공직자는 한낱 동네 아녀자에게 굽신거리며 자신의 자리를 유지해 왔고,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도 큰 고민은 뒤로 하고 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수립· 시행되었다는 사실에 댐의 둑이 무너진 것 같은 심리적 공항상태가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다.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는 국민에게 더욱 배신감을 증폭시켰고, 박 대통령의 ‘국기문란’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가치관마저 문란케 만들었다.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은 사익에 눈이 먼 철부지 아줌마를 위한 궤변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최순실 게이트’는 인내하고 참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 온 다수의 국민들에게 진한 삶의 회의감을 심어주었다. 대한민국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는 있는 것일까? 새로운 영웅이 나타나 분열된 국민을 통합해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앙양시킬 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등등의 물음이 머리속을 지배하고 있다. 나아가 자라나는 2세들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민 가자’는 말이 한국판 디아스포라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높다. 국민들의 요구를 소화할 능력이 없는 정치집단에게 자신과 국가의 미래를 맡기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또 사람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인 속성이 있기 때문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심정’으로 한반도 대탈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한국은 기로에 서 있다. 내부에서 분출되는 한국 혐오증을 잠재울 지혜와 현인이 절실히 필요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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