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정국과 아노미이론(Anomie Theory)
혼란정국과 아노미이론(Anomie Theory)
  • 승인 2016.12.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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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논설실장
연말이다. 올 연말은 더욱 혼란스럽다. 특히 최근 최순실 게이트 이후 사회 지도층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서민들은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다. 한 때 닮고 싶었던 사람들이 실상은 필부들의 삶 보다 비도덕적이라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도 갖고 있다.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사회의 혼란과 관련된 대표적인 시각이 아노미이론이다. Emile Durkheim에 의해 최초로 주장된 됐다. 오늘날 긴장이론(strain theory)의 뿌리가 됐다. Durkheim에 따르면 아노미는 한 사회를 지배하는 강력한 가치관이 세력이 약화되고, 한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가치관이 동등한 세력을 가지면서 한 사회 내에서 공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아노미 상태에서 살고 있는 개인들은 어떤 가치관을 따라야 할지와 같은 가치관의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그 사회에서 지배적인 가치·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인 일탈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또한 일탈의 형태와 관련해 경제적 호황이나 공황이나 급속한 사회구조의 변동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이 행하는 자살을 아노미적 자살이라고 보고 일탈의 중요한 형태로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범죄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사회에서도 범죄 행위가 전무할 수 없다는 ‘범죄정상설’과 범죄가 오히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범죄유용설’ 등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후 흔히 ‘긴장이론’으로 대표되는 아노미 이론을 주장한 Robert Merton은 특정사회에서 문화적 목표는 지나치게 강조하는 반면 제도적 수단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 ‘긴장’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Merton은 아노미 상황에서 사람들이 내면화한 문화적 목표와 제도화된 수단에 따라 다른 적응방식을 보인다고 보았다.

Merton이 제시하는 개인의 적응방식은 크게 다섯 가지로 ① 동조형(conformity)은 정상적인 기회구조에 접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문화적 목표와 제도화된 수단을 수용하는 적응방식이다. ② 혁신형(innovation)은 문화적 목표는 수용하지만 제도화된 수단은 거부하는 적응방식으로서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목표를 달성하려 하는 대부분의 범죄가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③ 의례형(ritualism)은 문화적 목표를 거부하고 제도화된 수단만을 수용하는 적응방식이다. 절차적 규범이나 규칙만을 준수하는 데 치중하는 무사안일한 관료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④ 도피형(retreatism)은 문화적 목표와 제도화된 수단을 모두 거부하고 사회로부터 후퇴 내지는 도피해버리는 적응양식이다. 만성적 알코올중독자 또는 마약상습자 등이 이러한 적응양식의 예라고 할 수 있다. ⑤ 반역형(rebellion)은 기존의 문화적 목표와 제도화된 수단을 모두 거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문화적 목표와 제도화된 수단으로 대치하려는 적응양식이다.

이러한 적응방식 가운데 Merton이 가장 관심을 둔 것은 혁신형이었다. 이 유형은 합법적인 기회가 중상류층에 비하여 차단된 하류계층의 높은 범죄율을 설명하는 논리적 근거로 생각되면서 이후 많은 조사연구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5가지 유형 가운데 어떤 패턴을 선택할 것인가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음에도 가치관에 따라 좀 더 아쉬운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으나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차선이나 차차선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이 최선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 것이 인간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내 자식과 이웃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선택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점은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에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었던 때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개인적 삶도 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따라 삶의 수준과 질이 결정되듯이,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혼란스런 시기에 개인도, 국가도 미래가 있는 선택과 그 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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