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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자명종

자명종이 주는 교훈

기사전송 2017-07-05, 21: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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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논설실장
‘마마보이’, ‘티처보이’, ‘와이프보이’란 용어가 우리사회에서 일반화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들 단어가 사회에 미친 영향력은 의도적으로 도외시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사회는 경쟁력 상실은 물론, 미래사회의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마보이는 어머니에게 강한 애착 · 집착을 가지는 남자를 의미한다. 티처보이는 선행학습과 족집게 과외 등에 길들여진 의존형 학생을 말한다. 이 용어는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하여 혼자서 공부하는 능력을 상실한 학생을 ‘마마보이’에 빗대어 만들어졌다. 사교육 열풍의 교육현실을 반영하는 신조어이다. 와이프 보이는 주체성 없이 무엇을 하든지 아내(wife)에게 의존하는 남자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엄마에게 의존하는 남자인 마마보이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와이프보이는 다른 사회적인 관계에는 문제가 없으나 아내에게만 무력하고 의존적인 모습을 보인다. 마마보이였던 남성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타인에게 의지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결혼 후 부인에게 의존하며 와이프보이가 되기도 한다.

이들 단어들은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 어떤 일을 하는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일이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려면 때론 스스로 어떤 일을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책임이라는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책임이 실종된 사회는 동물사회와 같다. 양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인간사회가 동물사회와 다른 점이 바로 책임에 있는 것이다. 책임지는 사회는 정의가 판단의 기준이 되지만 책임지지 않는 사회는 힘이 그 기준이 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해 가고 있는 마마보이, 티처보이, 와이프보이들 세상에서 잠시나마 오랫동안 우리곁을 지켜온 자명종 시계를 생각해 본다. 자명종(自鳴鐘)은 ‘스스로 우는 종’이라는 뜻이다. 특정한 시각을 알리려는 이유에서 만들었으므로 실제로는 ‘자명 시계’라고 해야 맞을지 모르지만 ‘자명종’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종처럼 쇳소리를 내서이기도 하지만, 오래전에는 그 기능을 종이 수행했다는 사실을 암시하기도 한다.

옛날에도 시각을 알리는 자명종은 필요했다. 매일 저녁 2경에 종각 종을 28번 쳐서 야간통행을 금지하는 일이나, 5경에 33번을 쳐서 통금을 해제하는 파루 등이 일종의 자명종이다. 엄밀히 말해 이것은 사람에 의한 타종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울리는 태엽장치나 전동장치 시계는 아니다. 그러나 일정한 주기가 만드는 규칙성이 자동성 기능을 했고,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생체리듬을 규율에 맞추게 했다.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자명종은 산사의 아침을 깨우는 종이다. 매일 새벽 또는 저녁 시간을 알리는 산사의 종소리는 ‘금지’나 ‘해제’의 종소리가 사회적으로 강제하는 타율성이나 억압과 달리 일정한 주기로 수행자와 중생의 ‘자발적 각성’을 촉구한다. ‘각성(覺醒)’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깨어나라는 뜻이다. 종교적ㆍ성찰적 의미에서 사회의 일상성은 오히려 술에 취한 상태, 미망(迷妄)인 상태다. ‘지금, 시간에 깨어 있어라’고 외쳤던 사도 바울 역시 율법이라 불리는 당대적 일상성과 제도적 삶을 각성의 대상으로 여겼다.

오늘날에는 침대 머리맡에, 휴대폰 속에 자명종을 소유하고 있다. 늘 곁에 자명종을 두고 살지만 자명종이 주는 교훈은 애써 도외시하고 있다. 자명종은 사회의 공동 시간이 아니라 개인 스케줄에 맞춰져 있다. 자명종은 통행금지 사이렌처럼 사회가 직접 부과하는 억압이 아니고 자기가 맞추는 시계라는 점에서 정말 ‘자명종’이 됐다. 그러나 산사의 종 같은 어떤 정신적ㆍ도덕적 각성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다만 ‘놀라게 하다’는 뜻인 ‘알람(alarm)’일 뿐이다. 모든 일을 다 스스로 할 수는 없지만, 꼭 스스로 해야 할 일은 스스로 하지 못하면 인생 전체를 자명종 시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 삶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 자명종 시계의 삶이 될 것이다. 자명종 시계의 삶은 산사의 종소리가 의미가는 사회적 삶의 의미와는 더더욱 동떨어져 있을 것이고, 종국에는 자신의 의도와 달리 스스로 파탄의 삶을 사는 꼴이 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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