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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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2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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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서스
맬서스
인구론 표지
인류역사에 큰 파장을 일으킨 <인구론> 첫판은 왜 익명으로 출간됐을까? <인구론>의 상징적인 표현인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문장은 왜 초판에서만 등장하고, 이후 출판에서는 빠졌을까? 저출산·고령사회인 오늘날에 맬서스의 생각은 과연 빗나간 예언일까? 논문으로 다루지 않았지만 맬서스가 강조했던 ‘공황론’은 오늘날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의 대표작 <인구론>은 특이하게도 부친과 벌인 논쟁의 결과물이었다. 콩도르세와 고드윈처럼 인류의 무한한 진보를 낙관한 철학자들을 신봉한 그의 부친은 산업혁명 초기에 대두한 갖가지 사회 문제를 개혁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인구 증가는 미덕이기 때문에 권장해야 한다는 당대의 통념을 충실히 따랐다.

마침 당시 영국 정부에서는 부양 자녀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했는데, 토머스 맬서스는 오히려 이런 선심성 정책이 인구 증가를 가속화해서 빈곤의 악순환을 가져오리라 주장했다.

이런 반박이 꽤나 설득력 있다고 여긴 부친은 그 내용을 책으로 써보라며 아들을 격려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 익명으로 간행된 <인구론>의 초판(1798)이었다.

<인구론> 초판의 온전한 제목은 <인구의 원리에 관한 소론>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초판에만 나오는 이 유명한 구절은 <인구론>의 핵심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

즉 인간은 가급적 자손을 많이 낳으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를 방치할 경우에는 결국엔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해서 파국이 불가피하리라는 것이었다.

맬서스는 인구가 대략 25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므로, “2세기 뒤에는 인구와 생활 물자 간의 비율이 256대 9가 되며, 3세기 뒤에는 4천96대 13이 되고, 2천 년 뒤의 차이는 거의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맬서스의 경고는 기득권 세력에게 지극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빈민 구제나 사회 복지가 자칫 파국을 가져올 수도 있으니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맬서스는 임금 상승을 비롯해서 인구 증가에 일조할 만한 요인은 모조리 반대하며 현상 유지를 주장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사회 불평등을 옹호한 셈이었지만, 그래도 맬서스에게 어떤 악의나 숨은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빈곤과 인구 증가 중에서 전자보다 후자가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으므로 더 작은 해악을 감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맬서스는 고전주의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분류되지만, 당대의 명성과 영향력에 비하자면 지금은 한물 간 경제학자, 또는 거짓 예언자로 폄하된다. 오늘날의 세계는 맬서스의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맬서스는 왜 틀린 걸까? 가장 큰 원인은 이미 그 당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을 비롯해 미래의 발전상을 미처 예측하지 못한 데 있었다.

그러나 맬서스의 주장 중에는 그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그만 간과된 것이 있었으니, 리카도와의 논쟁 중에 등장한 공황론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이른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을 신봉한 경제학자들은 공급 과잉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맬서스는 저축과 투자 사이에 뭔가 틈새가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고, 만약 공급 과잉 현상이 생기면 정부 주도 사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카도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이런 견해에 주목하지 않았고, 20세기에 들어서야 케인스가 처음으로 그 진가를 인정해 세상에 알렸다.

아무튼 맬서스의 시대 이후 세계 인구는 꾸준히 증가일로를 걸었다. 맬서스의 출생 직전인 1750년에 8억 명 수준이던 세계 인구는 그의 사망 직후인 1850년에 12억 명으로 늘었고, 1950년에는 25억, 1975년에는 40억, 1987년에 50억, 2000년에는 60억을 돌파했다.

맬서스가 예언한 파국은 아직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불과 250년 만에 전 세계 인구가 무려 8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전지구적인 식량 대란은 없었지만 환경과 자원 문제를 비롯해서 다른 방면에서는 인구 증가의 폐해가 이미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김민경·사회복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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