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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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0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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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크 1
존 로크
흔히 우리는 “우리나라는 정치가 문제야”라고들 한다. 그러면 정치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통치라고 할 수 있다. 통치에 관한 고전이 바로 존 로크의 <통치론>이다.

또 오늘날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등 3권 분립은 왜 생겨 났을까? 어떤 이유로 국가권력을 세등분한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주는 책이 <통치론>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권력분립을 다룬 최초의 책이기 때문이다.

고전은 오랜 세월 동안 의미와 향기가 퇴색하지 않은 문헌이다. ‘오래되었으나 좋은 책’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고전은 대부분 수백 년 전 다른 환경에서 생겨난 문헌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와는 시공간적 차이가 크다. 바로 이 점에 고전 읽기의 특징이 있다.

한국에선 로크의 <Two Treatises of Governmen>를 <통치론>이라 번역했다. 원래 영어 제목에 충실하다면, <통치이론>(統治二論) 혹은 <통치에 관한 두 논문>이라고 옮겨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이 저서를 가장 먼저 번역한 이극찬 교수는 1980년에는 <시민정부론>(연세대출판부, 1980)으로 옮겼으나 곧 <통치론>(삼성출판사, 1982)으로 바꾸었고, 그 후 강정인 교수 및 문지영 박사 역시 <통치론>(문학과 지성사, 1996)이란 명칭으로 번역본을 낸 바 있다.

로크의 <통치론>은 영국에서 명예혁명이 발발한 이듬해인 1689년에 출판되었으며, 그해 11월에는 서점에서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 로크는 영국의 첫 경험론 철학자로 평가를 받지만, 사회계약론도 동등하게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사상들은 인식론과 더불어 정치철학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그가 가장 영향력 있는 계몽주의 사상가이자 자유주의 이론가로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로크는 입법권이 국민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입법권을 최고의 권력으로, 입법기구를 최고의 권력 기구로 보았다.

절대왕정을 비판한 로크는 이 책에서 의회민주주의의 원리와 이론을 다룸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권력분립에 대해 설명했다.

로크는 정치권력이란 법을 만드는 권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법의 목적은 공익에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생각이 오늘날 민주주의의 기본 구조를 만들게 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성장만이 아니라 탄생부터 피와 함께 했다. 영국에서 의회와 왕권의 오랜 대립은 1688년 명예혁명으로 의회가 최종 승리를 거두면서 해소되었고, 마침내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는 않는다”는 입헌민주주의의 원칙이 구현되었다.

의회가 집권하자 그 지지 세력인 부르주아지가 산업혁명을 주도했고 그 덕분에 영국의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게 되었다. 의회민주주의의 경제적 표현은 자본주의였고, 자본주의의 정치적 표현은 의회민주주의였던 것이다.

존 로크는 입법권을 최고 권력으로, 입법기구를 최고의 권력 기구로 보았다. 그 이유는 바로 입법권이 국민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행정부는 어디까지나 의회를 보조하는 기능이었다. 국민이 의회에 권력을 위임하고, 그 권력을 의회가 행정부에 위임한 것이다. 정치의 중심을 행정부로 여기는 태도는 사실 역사적 산물이다.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떠한가? 수천 년 동안 왕조 체제였다가 불과 수십 년 전부터 의회민주주의 체제가 외부로부터 이식된 탓에, 지금도 우리에게는 의회가 아니라 행정부가 정치권력을 소유한다는 의식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왕조 시대에는 권력이 근본적으로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발상 자체가 없었고, 정치기구 역시 행정부에만 있었을 뿐 의회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정치적 폐해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지금도 의회가 정부에 관여할 때 정부가 간섭이나 월권이라고 주장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을 알지 못하는 데서 나온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행사하는 집행권, 즉 정치권력이 애초에 의회에서 위임된 것이라고 보면 그런 주장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회는 정부를 통제하고 간섭할 권리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정부가 의회의 간섭을 침해라고 여긴다면 그것은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태도다.

300여 년 전 절대왕정을 비판한 로크의 이 같은 주장은 군주와 왕권을 대통령과 정부로 바꾸면 지금 우리 사회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로크의 고전은 그냥 고전이 아니다. 오늘날처럼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는 시기에 존 로크의 <통치론>은 국민들에게 판단의 단서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김민경·사회복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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