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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최영호의 세상만사

지지율 50%와 5%의 차이점

기사전송 2017-01-11, 21: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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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 나라의 시대 아이콘이다. 국민은 대통령을 희망의 아이콘으로 여긴다.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쏟는 이유다. 그러면 대통령은 무엇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까?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연설이다. 대통령의 연설속에는 무언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최근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도 그 출발은 ‘대통령 연설문’에 있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명암도 바로 연설에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 난사 희생자의 장례식에 참석해 추도사 말미에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찬송가를 불렀다. 대통령의 열창에 추도객 6천여명은 박수를 치며 모두 함께 찬송가를 불렀다. 흑인들의 분노와 슬픔이 고조됐던 장례식은 단숨에 감동의 장으로 변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흑인 노예무역에 관여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이 죄를 사해준 신의 은총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찬송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노래를 통해 인종 갈등과 반목을 넘어선 화합과 통합을 강조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백악관 이스트룸에는 최근 10여년간 발생한 총기사건 희생자들과 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샌디후크초등학교 총기난사로 희생된 20명의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미칠 지경”이라면서 10여초간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에 북받치는 모습을 보였다. TV 생중계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국민들도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처럼 국민들의 마음을 꿰뚫는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왔다. 퇴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처럼 레임덕(lame duck)에 빠져 존재감이 없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오히려 5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소통의 리더십 덕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강력한 제왕적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독단적 결정보다 합의에 기초한 판단을 선호한다. 상대방의 말을 항상 경청하고 여러 사람들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린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인들과도 직접 소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심 공약인 건강보험 개혁법안인 이른바 ‘오바마 케어(Obama Care)’를 놓고 공화당 의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하자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섰다. 자신에게 적대감을 표출해온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점심을 함께하며 격의 없이 대화했으며, 수시로 전화도 걸었다. 백악관에서 의원들과 미식축구 결승전을 함께 관람한 적도 있다. 골프 회동에선 손수 카트를 몰기도 했다. 이런 소통 노력 덕분에 건강보험 법안은 2010년 3월 마침내 상하 양원에서 통과됐다. 또 필요하면 술을 한잔 하자고 제의한다. 이를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소통은 이런 식이다.

소통을 잘하려면 연설도 훌륭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논리적이고 호소력 있는 연설로 유명하다. 그가 이름 없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서 일약 미국 정계의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 것도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의 연설 덕분이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그는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역설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의 연설에는 드라마틱한 상황과 분위기 연출,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주제와 주제의 매끄러운 연결, 근거를 통한 설득력 있는 주장 등이 들어가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연설에서 반드시 제시한다. 이 때문에 그의 연설은 항상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통을 위해 토론도 즐긴다. 그는 백악관 참모들과의 토론을 좋아한다. 그는 참모들에게 외부 견해들 중 자신에 대한 최고의 비판이 무엇인지 늘 공급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자신을 반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경청한다. 또 그는 소통을 위해서라면 어느 곳이든지 찾아가고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면서 치열하게 토론을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기자회견 내용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다. 심지어 그는 뉴욕타임스 등 주요 신문의 독자 투고란에 편지까지 보낸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떠했나? 2015년 9월 박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2차 동방경제포럼에 주빈으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극동지역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북한의 핵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연설 중반부에 다다르자 푸틴 총리 및 참석자들은 집중력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푸틴 총리는 잠시 눈을 감으며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아베 총리 역시 몇 초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몇몇 참가자들은 집중력을 잃고 졸았다. 감동과 신선함, 진정성이 부족한 연설인 탓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껏 청와대 출입기자와 치열한 토론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기자들의 질문마저 피해왔다. 스스로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모습속에 감동의 희망과 논리는 찾을 수 없는 법이다. 국민을 위해 최순실의 조언을 참작해 연설문을 고쳤다는 박 대통령의 변명에 설득력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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