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건설사는 아파트 부실시공과 과장광고의 공범이다
법원과 건설사는 아파트 부실시공과 과장광고의 공범이다
  • 승인 2016.11.1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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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소송지원 변호사
물건을 살 때 보통은 물건을 미리 요모조모 살펴보고 산다. 주택이나 아파트를 살 때도 보통은 매수하게 될 집을 방문하여 안팎을 살펴보고 살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아파트 분양과 관련하여서는 ‘선분양 후시공’ 제도에 따라 아직 아파트 건물이 전혀 시공되지 않는 상태에서 미리 분양계약을 체결하다보니 아파트 모델하우스 및 대략의 위치만 보고 분양받을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렇게 완성된 아파트를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미리 계약을 하다 보니 건설사는 실제 시공될 아파트보다 훨씬 좋은 것처럼 부풀려 과장광고를 하고 분양된 후에는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설계내용과 달리 부실시공을 한다. 그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아파트 과장광고 및 부실시공을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지만 계속해 과장광고 및 부실시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것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한 가지 큰 이유는 법원이 건설사에 너무나 유리하게 판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은 모델하우스,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홍보물, 설계도를 보고 아파트를 분양받으며, 아파트의 설계도, 아파트 인근의 상세도면 등은 전혀 보지 않는다. 이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건축전문가, 변호사, 판사라도 동일하다. 그렇다보니 건설사는 나중에 완공될 아파트의 실제 위치 장단점을 속이고, 분양받는 소비자들이 설계도를 제대로 보지 않는 점을 이용하여 부실하게 변경 시공하는 것이다.

설계도에는 품질이 좋은 200만원짜리 창문을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 시공과정에서는 품질이 떨어지는 150만원짜리 창문을 설치하였다가 나중에 입주민들에게 발각되어 입주민들 500명이 손해배상소송을 하였다. 입주민들은 감정인을 통하여 재시공비용을 확인한 결과 가구당 ‘철거 및 재시공비용’으로 300만원이 필요하므로 ‘가구당 재시공비용 300만원에 500가구의 합계금 15억원을 달라’고 청구하고, 건설사는 ‘기능에 큰 차이가 없고, 우리가 이익을 본 것은 가구당 50만원이므로 합계금 2억 5천만원만 물어 주겠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비록 가격에는 차이가 있으나 기능상에 큰 차이가 없으면 기존의 멀쩡한 창문을 다시 뜯어내고 새로운 창문을 시공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너무 큰 낭비이므로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건설사가 이익을 본 시공비 차액이 입주민들의 손해이므로 그 금액만 배상하라’고 하고 있어 위 사건에서도 ‘재시공비용 15억원이 아닌 차액 2억 5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다. 또한 처음 분양단계에서 엉터리 시공을 작정하는 것이 아니고 시공하다보니 공사비를 줄이기 위하여 변경 시공하였다고 변명하면 사기분양으로 처벌되지도 않는다.

결국 건설사는 형사처벌도 받지 않고 ‘당초 설계도에 따라 200만원 짜리를 처음부터 설치하는 것’과 ‘고의적으로 150만원 짜리를 엉터리로 변경시공한 후 다시 50만원을 물어주는 것’은 큰 차이가 없으므로 엉터리 시공을 한 후 발각되지 않으면 시공비 차액을 아낄 수 있고, 발각되더라도 당초 들어갈 비용 정도만 물어주면 되므로 무조건 속여서 엉터리 부실시공을 한다.

대구 지역에 분양된 최고급아파트 한 곳에서 이름있는 시공사가 ‘현관부분이 너무 좁게 설계되어 아파트가 잘 팔리지 않는다, 설계도와 달리 공용부분까지 아파트 현관을 넓혀 시공하고 아파트 현관문을 원래보다 더 바깥쪽에 달아서 분양하자’라고 모의해 아파트의 실제 현관 전용면적보더 더 넓게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분양하였다가 주민 500명이 ‘처음부터 전용면적의 위치 및 모양, 면적을 속여서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분양하였다’라면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였다. 형사사건은 무죄로 되고 민사사건은 가구당 약 300만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건설사가 이와 같이 엉터리 과장광고를 한 이유는 ‘500가구 기준 2,500억원 이상의 분양대금이 들어오는 반면 엉터리 과장광고를 하여도 형사처벌은 받지 않고 배상액은 아무리 많아도 가구당 300만원 합계금 15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강력하게 ‘원래의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하는데 필요한 비용 1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거나 외국과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판결을 한다면 건설사들은 감히 엉터리 시공을 할 수가 없다.

엉터리 시공이 횡횡하는 이유는 ‘엉터리 시공을 하다가 발각되어도 민·형사적으로 큰 손해가 없다’는 건설사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고, 하루 빨리 법원의 판결 태도 및 징벌적 손해배상에 관한 법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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