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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생활법률

이재용은 왜 구속되지 않았나?

기사전송 2017-01-31, 21: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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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변호사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말이 많다.

‘영하의 날씨에도 20만명이 촛불광장 모인 것이 구속에 관한 국민 여론이니 당연히 영장이 발부돼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담당 판사 파면을 주장하면서 노숙 농성을 하는 변호사들도 있으며, 어떤 법학교수는 ‘유전무죄의 전형을 보여주는 엉터리 결정이다’라고 했고, 조국 교수는 ‘당연히 구속될 줄 알았던 이재용의 구속영장 기각에 화가 났다, 내가 이러려고 법을 공부하고 가르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라고 했다.

과연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명백히 잘못된 것인가.

형사소송법 제201조에 의하면 피의자(수사단계에서 유죄의 의심이 있다고 인정된 자)가 ‘①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②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③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따라서 1~2만원의 절도 피의자라도 주거가 일정하지 않는 경우,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다.

반대로 수백억원의 횡령 피의자라도 주거가 일정한 경우, 도망갈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 이러다보니 가난한 사람들 중에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그 사람들을 찾기 곤란한 경우가 많아 도망의 염려가 높으므로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구속될 확률이 높다. 반대로 부자들은 주거가 일정하고 재산이 많아 재산을 버리고 도주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구속될 확률은 확실히 낮다. 이러다 보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일면 이해가 간다.

한편 ‘증거를 인멸한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조작하였거나 장래에 조착하려고 시도한 흔적’이 있어야 하고, 단순히 ‘죄가 중하니 증거를 조작할 염려가 있다’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이재용은 주거가 일정하고 국내에 수조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어 재산을 버리고 외국으로 도망갈 염려도 낮고 삼성그룹을 운영해야 하니 국내에서 잠적할 가능성도 낮아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및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할 수 없다.

특검 및 담당 판사 이외에 어느 누구도 이재용의 구속사유에 관한 수사기록을 본 사람은 없다. 조국 교수를 비롯해 영장 기각에 항의하는 많은 변호사들 및 법학교수들도 재판기록은 전혀 본적이 없어 ‘이재용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지에 관하여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교수 등이 ‘영장기각은 잘못되었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재판 기록도 보지 않고 그 어려운 것을 척척 알수 있다는 점에서 그저 신통할 따름이다.

또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것은 ‘구속하여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무죄다’라는 의미와는 전혀 별개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변호사들이 마치 법원이 ‘이재용 영장기각 = 이재용 무죄’로 판단한 것으로 잘못 알리고 있다.

헌법 제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되어 있다. 판사는 헌법과 법률에 구속될 뿐이고, 국민 여론에도 구속되지 않고 독립하여 법조적 양심에 따른 재판해야 한다. 90% 이상의 국민이 ‘이재용 구속’을 원한다고 가정해도 판사는 딱 한 가지 형사소송법 제201조만 고려해야 한다. 법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판사가 형사소송법을 떠나서 구속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재용 수사기록을 읽어보지도 않고 ‘영장 기각이 잘못되었다’라고 알 수 있는 사람은 점쟁이뿐이다. 법률가가 ‘점쟁이가 아님’에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나 자신이 법률가, 정치가, 점쟁이 중 무엇인지는 명백히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또는 이재용 수사기록을 읽어보지도 않고 ‘영장 기각이 잘못되었다’라고 알 수 있는 사람은 점쟁이뿐이다. 법률가가 ‘점쟁이가 아님’에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나 자신이 법률가, 정치가, 점쟁이 중 무엇인지 구별하지 못할 때는 당연히 자괴감을 가져야 한다.

또 이재용 수사기록을 읽어보지도 않고 ‘영장 기각이 잘못되었다’라고 알 수 있는 사람은 점쟁이뿐이다. 법률가, 정치가, 점쟁이는 명백히 구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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