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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생활법률

헌법재판소장 임명과 대통령의 의무

기사전송 2017-10-19, 21: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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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변호사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후 최근 청와대가 ‘당분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지 않고 권한대행체제로 가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하여 야당, 대한변호사협회, 심지어 헌법재판소에서 조차 크게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따라서 ‘당분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판단이 올바른 것인지를 헌법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자.

헌법 제111조 제4항에는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어 대통령의 권한임을 명시하고 있고 의무라는 점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많은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지위를 국가원수로서의 지위,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 국민대표기관으로서의 지위로 3분하고, 국가원수로서의 지위에는 ① 대외적 국가대표자로서의 지위, ② 국헌수호자로서의 지위, ③ 국정의 통합 조정자로서의 지위, ④ 헌법기관구성권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기관구성권자로서의 지위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인,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등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고, 이러한 것은 대부분 ‘권한’이라고 표현되어 있고 ‘의무’라고 표현되어 있지 않아 권한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행사하지 않아도 위반이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대통령은 헌법상 각종 의무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되어 ① 헌법수호의무, ②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③ 겸직금지의무를 가진다.

헌법 제66조 제2항에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어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할 의무를 부담한다.

여기서 헌법을 수호한다는 것은 헌법에 정해진 내용을 실현할 의무를 말하는 것으로 헌법에서 ‘헌법재판관 및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권한이 있어 이를 통하여 헌법재판소를 완전하게 구성할 의무가 있으므로 신속히 헌법재판관 및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의무가 있다.

헌법 제69조에는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하도록 되어 있어 성실히 대통령 직책을 수행할 의무가 있음을 알 수 있고, 헌법이 부여한 각종 헌법기관의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도 성실한 대통령의 직책 수행 내용에 포함되며, 따라서 반드시 헌법재판관 및 헌법재판소장을 성실하고도 조속히 임명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지 않고 당분간 권한대행체제로 가겠다’고 한다면 이는 위 언급한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 및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의무는 규범적인 의무라고 볼 수 없고 정치적인 의무라고 볼 수 있어 원칙적으로 이를 위반하여도 징계의 대상 또는 대법원 등에 의한 사법적인 판단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이점이 일반 공무원들의 직책 수행 의무 위반 시 징계 등의 조치를 받는 것과 다르다.

이러한 헌법적 이론 하에서 청와대가 ‘당분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지 않고 권한대행체재로 가겠다’는 입장의 표명은 정치적인 견해의 표시로 볼 수 있고, 비록 헌법수호의무 내지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에 위반되는 여지가 있어도 적절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물색의 어려움,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여도 여야 국회의원 비율로 인하여 원만한 국회 동의를 받기 어려운 점에 따른 정치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내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이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대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에 의한 헌법위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헌법 및 법률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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