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검사의 자살-피의사실공표죄
대통령과 검사의 자살-피의사실공표죄
  • 승인 2017.11.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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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변호사)

검찰이 수사 내용 일부를 외부로 유출한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고 노무현 대통령 수사과정에서 ‘권여사가 받은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이 보도되었고,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 중 파견 검사 3인이 허위 사무실 설치 및 증언 조작을 주도하였다고 보도되었으며, 현직 전병헌 정무수석과 관련하여 게임업체 로비 수사 내용이 언론을 통하여 보도 되었다.

수사 내용은 담당 검사 및 관련자가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브리핑이 아닌 음흉한 뒷문으로 그것이 언론에 알려졌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에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판청구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에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심각한 범죄인데도 위 3가지 사건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수사기관에 의하여 수사 정보가 의도적이고도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유출되었다는 점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이다.

중요한 정치적인 사건의 경우 일반 국민들의 알권리와 피의사실 공표는 항상 대립 관계에 있어 무조건적으로 수사내용을 비공개로 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일반 국민들은 중요 범죄에 관한 알권리를 가지고 있고 수사기관이 이를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 할 것이나, 한편 헌법에는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가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98조는 검사 등은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신중하게 행하여 져야 한다고 하면서 그 기준으로 ‘발표의 정당한 필요성과 목적이 있을 것,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일 것,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발표 할 것,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 등을 금지할 것’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반하면 아무리 국민들의 알권리에 관계가 있어도 수사 내용 발표는 금지된다.

그런데 위 3 사건은 전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정당한 필요성에 의한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고 비공식적인 뒷문으로 수사기밀이 알려졌다는 점(흔히 ‘검찰 관계자에 의하면 ....’이라고 표현함)에서 명백한 피의사실공표죄, 공무상 비밀 누설죄에 해당한다.

노무현 대통령 수사를 주도한 대검중수부장이라는 사람은 ‘국정원이 주도하여 유출하였다’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기밀을 국정원에 알려주지 않았다면 국정원은 그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국정원 뿐만 아니라 본인도 피의사실공표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아 한심스럽다.

최근 검사 자살과 관련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진행 내용 유출도 그 필요성과 목적도 없는 비공식적 유출임이 명백하여 그 자체로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지휘부가 정보 유출 검사 등을 찾아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대처이다.

2017. 11. 13. 현재로 대법원종합법률정보 판례 검색난에 ‘형법제126조’ 또는 ‘피의사실공표죄’를 검색하면 당연히 나와야할 형사사건 판례는 1건도 없고 오직 민사재판 판례만 나온다. 이는 지금까지 검찰이 대부분의 피의사실공표죄를 문제 삼지 않고 눈감아 주어 판례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였고, 그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하는 수 없이 직접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것이 대법원 통계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다.

검찰이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너무나 관대함을 넘어 봐주기식 직무유기를 하고 있음이 명백하여 이런 속담이 생각난다. ‘똥묻은 개가 겨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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