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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의료칼럼

하던 대로 할 것인가?

기사전송 2017-01-08, 21: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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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 마크원외과 원장
2015년 8월, 메르스사태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공포와 불안 속에서 고초를 겪었던 시기에, 행정관료 출신의 비전문가들이 국가 보건방역체계를 컨트롤하고 있는 바람에 발생한 부작용의 심각성을 온 국민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건강권을 포기한 채로 체감해야만 했다.

그 당시 대구에 살고 있는 의사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우리 지역 일선에서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대구의료원과 대구 지역 8개 구군보건소 중 북구와 동구, 수성구보건소 세 군데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의사 출신의 원장·보건소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독자 분들 중 꽤 많은 분들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보건소장은 당연히 의사들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그것이 상식적인 것이니 의아해 할만도 하다. 또 지역보건법에도 보건소장 직책에는 개방형 전문직으로서 의사 출신 인사를 우선 임명하게 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참 슬픈 일이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각 구군 지자체장이기 때문에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교묘하게 자신의 인물을 정치적인 목적이나 공무원들의 인사적체를 해소할 목적으로 보건소장 자리를 활용하는 경우가 전국적으로 허다하다.

메르스사태 당시 대구시의사회, 구군의사회, 지역 의과대학과 종합병원의 예방의학, 감염내과 교수진 등 의사단체들과 대구시청 보건건강과를 비롯한 각 구군보건소 사이의 공조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졌기에 전국 타 지역에 비해 메르스 확진자 수가 현저히 적었다고 생각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다른 질환과는 달리 감염병의 유병률은 외부적·환경적 요인이 매우 명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따져본다면 분명 의미가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메르스 사태 이후 그 교훈 때문이었을까? 비의사 출신 공무원이 맡고 있던 북구와 동구보건소장 자리에 해당 자치구의 적법한 인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여 의사들이 속속 임명 되었다.

그 결과 대구는 수성구 보건소장직만 비의사 출신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내년부터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는 그 자리에 비의사 출신인 현임 보건소장이 또다시 연임하게 되었다.

개방형 전문직으로서 의사를 우선 임용하게 되어있고 지원자 중 현직 보건소 진료의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 임기의 자리에 1년 뒤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보건소장이 다시 임용된 것이다. 그러한 선출 과정의 불합리한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따져 묻고 싶은 부분은 지역의 보건의료를 컨트롤하는 자리에 대한 인사가 의료 전문성 보다는 지역자치구의 인사권 행사 측면만을 강조해서 다루어졌다는 부분이다.

의료 분야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지, 지역구민의 건강권을 지켜내는 것이 그렇게 단순해 보이는지 답답하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별다른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지역 보건의료 행정체계 시스템을 수혜자인 지역민들이 일일이 파악할 수도 없고 파악할 이유도 없다. 말 그대로 수혜자(受惠者), 즉 혜택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자치구청장은 그 시스템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선출직 지역행정 수반으로서 자신에게 표를 던져 선출해준 지역민들이 보건의료 행정의 ‘수혜자’에서 ‘피해자(被害者)’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나라 전체가 폭탄을 맞은 듯 참담한 시기이다. 몇몇 정치인들과 그들에 빌붙어 자리를 지키기에 바빴던 이들이 그간 활개를 치고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음을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하여 비판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그 애통함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단속하고 근본으로 부터 인내와 절제를 가지고 새롭고 단단한 나라를 만들어나가야 함을 알고 있다. 지역민으로부터 잉태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역행정 수반들이 지역민들의 건강권과 보건의료에 대하여 더 깊게 심사숙고하고, 더 넓게 더 멀리 내다보고 결정하는 혜안을 가졌으면 한다. 임명장에 사인하는 그들의 손끝에 너무나 많은 것이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떤 인물이었고 어떤 정치적 고려에 의해 임명되었던 것인지 2년이 지나서야 우리는 알게 되었다. 하던 대로 하는 것은 이제는 정말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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