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해묵은 노인정액제 - 이제는 개선이 필요할 때다
16년간 해묵은 노인정액제 - 이제는 개선이 필요할 때다
  • 승인 2017.03.2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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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준엽 이비인후과 원장
최근 일차의료기관에서 노인환자와 의원간의 진료비 관련 실랑이가 자주 벌어지고 있다.

이는 2001년 이후 무려 16년간이나 바뀌지 않고 있는 노인정액제 때문인데, 노인정액제란 노인이 의원급 의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뒤 총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로 나오면 기본진료비로 10%에 해당하는 1500원만 내고, 1만5000원을 초과하면 진료비 총액의 30%를 내는 제도이다.

이를 좀 더 쉽게 풀이하면 노인이 진료받은 후 총 진료비가 14800원이 나오면 1500원만 내면 되고 총진료비가 15200원이 나오면 약 30%에 해당하는 4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2017년 현재초진비가 14860원이니 노인이 선호하는 근육주사처방만 받아도 그의 세배가 넘는 49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의 폐해는 토요일에 더 드러나는데 의료기관의 주5일제 정착에 따른 환자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원의 주말 진료를 장려하고자 2015년 10월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에 토요일에 한해 기본진료비가 30% 가산되는 토요일 가산제를 시행중이다.

이로 인해 65세 노인 초진의 경우 진료비가 18550원이 책정되어 토요일에 진료만 받아도 노인환자는 본인부담금으로 무조건 5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평일 기준 1500원인 진료비가 토요일이라 해서 약 360%에 해당하는 5500원을 내야되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이에 수긍하지 못해 거세게 항의하는 노인들로 인해 일선의료기관에서는 많은 고초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노인과 의료기관간의 잦은 마찰이 빚어지고 이는 결국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16년간 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다보니 의료비도 조금씩이나마 오르는 게 당연한데 노인정액제 기준자체가 2001년 당시 초진료 (11500원)를 기준으로 책정된 뒤로 16년간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료비 관련 민원이 빗발치자 대구시의사회에서는 최근 ‘어르신들 죄송합니다’ 라는 제목 아래 “물리치료를 받으면 진료비가 1500원에서 4500원 넘게 나오게 됐습니다”라고 적힌 포스터를 각 의료기관에 배포해 노인정액제 개선에 관한 대국민홍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협회에서 노인의 의료비부담완화를 위해 수년간 노인 정액제의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청하였음에도 보건복지부에서는 오직 검토중이라는 답변만을 보내며 계속 묵살하였다.

보건복지부에서도 노인정액제의 불합리함으로 인해 수년째 노인들과 의원간의 불신의 늪이 깊어짐을 알면서도 수년간 개선하지 않은 이유는 건강보험 흑자 유지 때문이다.

재정에 관련된 근본 해결책 없이 고질적인 저수가로 의사들을 후려쳐 건강보험 재정을 흑자로 유지하는데 재미를 보는데 그치질 않고 이제는 재정 흑자를 위해 노인들에게까지 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점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으며 이에 대비하여 노인복지에 더욱 유념해야 한다.

노인의 특성상 의료기관방문이 잦을 수밖에 없고 노인의 의료기관 방문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함에는 이견이 없으며 이는 이번 대선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최근 국회에서 문제점을 인지하고 노인정액제의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1월 31일 노인정액제 개선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노인 외래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2만원을 넘지 않은 경우 총액의 10%를 부담하고, 2만원을 초과할 경우 20%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질세라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도 2월 24일 노인 외래 진료비 총액이 상한액 이하일 경우 상한액의 10%, 상한액을 초과할 경우 상한액의 10%와 초과분의 30%만 본인부담하도록 하는 노인정액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개정안이 발의된 시기가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여서 노인표를 의식한 생색내기에 불과한 발의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있다.

이 모든 것이 기우이기를 바라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의료취약계층인 노인의 부담을 완화시키고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유지를 위해서라도 불합리한 노인정액제가 조속히 개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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