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 위협하고 건강보험 좀먹는 사무장병원
환자안전 위협하고 건강보험 좀먹는 사무장병원
  • 승인 2017.04.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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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준엽 이비인후과원장
최근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건강보험 손실액이 심각할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 지난 8년간 사무장병원이 부당청구한 건강보험 금액은 무려 1조 5천억에 달하며 더욱이 우려스러운 점은 그의 증가속도인데 부당청구액이 2009년에는 5억에 불과하였으나 2016년에는 무려 5400억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여기서 ‘사무장병원’ 이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비영리법인이나 의료생협등의 형태로 불법적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뜻한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는 의료인을 비롯해 국가나 지자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협동조합에 한해 복리증진과 상부상조의 목적하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현실에서는 그의 취지가 변색되어 실상은 대부분 불법 사무장병원의 개설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의료생협이 얼마나 부당·불법 행위를 저지르는지는 수치로 알 수 있다. 2015년 의료생협 77곳 실태조사 결과 70곳이 불법·부당을 저질러 총 1334억원의 부당금액이 확인됐고, 2014년은 61곳 중 59곳이 1510억원이 확인됐다.

심지어 2016년에 건보공단이 실태조사한 의료생협 61곳중 중 단 1곳을 제외한 나머지 60곳 모두 불법·부당행위 또는 개설기준 위반(사무장병원) 기관으로 드러났으며 이들이 편취한 부당금액은 2463억원 규모였다.

이 같이 의료생협의 탈을 쓴 사무장병원은 환자진료는 뒷전이고 ‘매출’과 ‘수익’이 주 목적이어서 영리만을 추구하다보니 환자 유인행위와 과다 진료가 만연돼 있다. 특히나 의료생협의 경우 열악한 근무환경상 의사들이 근무를 꺼려해 의사가 자주 교체되어 진료 연속성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주위 정상적인 의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예방접종 덤핑이나 본인 부담금감면, 식음료 제공등의 환자 유인 행위를 주로 한다.

환자유인행위가 왜 문제이냐 하면 환자유인행위로 인한 손실을 메꾸고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기 위해 건강보험 불법 부당청구를 하게 된다.

사무장병원의 탈을 쓴 의료생협에서 진료 받은 환자 개인은 단기간으로는 진료비를 적게 내어 이득인 것 같으나 거시적으로는 건강보험료 손실이 생겨 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료의 상승을 초래하고 꼭 필요한 곳에 건강보험료가 사용되지 못하여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보건의료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사무장 병원을 근절할 수 있을까?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으로 일부 변호사와 시민단체등은 사무장병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의료계에서는 사무장병원을 개설할 수 없게끔 근본적인 법제도 개편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의료전문가가 아닌 일부 변호사나 시민단체의 경우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만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지금도 의사가 의료생협에서 부당청구에 연관된 정황이 포착된 경우 의사 개인에게 부당청구금액의 5배수환수를 실시하고 또 사기죄로 형사고발당하며 별개로 의사면허정지를 받는다. 자의건 타의건 의사가 부당청구에 연관되면 이런 가중처벌을 받기 때문에 의사로써의 삶은 끝이라 보면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의료생협등을 통하여 사무장병원을 개설하고 부당청구를 하여 불법으로 큰 이익을 본 사무장에 대한 처벌은 극히 미약하다. 사무장병원근절을 위해 처벌을 강화하려면 허수아비에 불과한 의사처벌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주범인 사무장을 찾아서 사무장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사후 처벌이 아닌 사무장병원 개설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법을 개편하여 사무장병원 개설의 근원을 없애면 된다.

의료생협으로 인한 비리가 많아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9월에 의료생협의 개설기준을 강화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하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생협의 설립동의자 1인당 최저 출자금을 5만원으로 하되 설립동의자 수와 총 출자금액은 각각 300명에서 500명으로, 3천만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이전에는 설립동의자 출자 금액의 하한 기준이 없다 보니 노인들이 진료비 할인 등에 속아 1천원 수준의 출자금을 납부하고 조합원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의료생협 개설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생협의 탈을 쓴 사무장병원은 활개를 치는데 이를 보면 의료생협이 의료기관 개설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야말로 사무장병원을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책임을 알 수 있다.

의료법을 개정하여 의료생협 개설에 악용되고 있는 비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권을 제한해야만 사무장병원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한국은 의료접근성이 세계최고인 나라이다. 어떤 과의 전문의든지 기다림없이 소정의 진료비만 지불하면 언제든지 바로 만날 수 있다. 동네 곳곳에 수많은 전문의원이 있는 한국에서 이름만 그럴싸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정상적인 진료로는 의료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니 결국 불법적인 사무장 병원의 개설경로로 사용될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을 좀 먹는 사회악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

현 제도하에서 의료생협의 탈을 쓴 사무장 병원 개설 막기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속히 법을 개정하여 의료생협을 통한 의료 기관 개설을 중지 시켜야 한다. 이것만이 건강보험을 좀 먹는 사무장병원 근절의 근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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