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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의료칼럼

임신 중 복부수술 - 복강경수술로 발전하다

기사전송 2017-06-05, 21: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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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 마크원외과 원장
저도 아들 둘을 둔 아빠 입장에서 아내가 임신 중에 얼마나 많이 고생하고 걱정거리를 안고 살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과적인 문제를 제외한’ 이유로 임신 도중 복부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산모 500여 명 중 1명꼴로 발생합니다. 급성충수염(맹장염), 담낭염, 장폐색 등은 응급수술을 해야하는 흔한 원인이고, 난소종양이나 난소염전, 통증을 유발하는 담석증, 증상을 나타내는 탈장,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출혈 등의 합병증이 있는 경우는 응급은 아니더라도 결국 임신 중에 수술을 받아야하는 경우입니다.

응급복부질환은 수술 자체가 아니라 그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서 조기 산통, 유산, 조산의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 도중 자궁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자극은 조기 산통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복강경 복부수술’의 기술적·학술적 발전으로 인해 산모에게 가해지는 수술 자체의 부정적인 영향은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SAGES (미국 위장관 내시경 외과학회)에서 최근 200여 편의 국제 논문을 분석하여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임신 중에 보다 적극적으로 복강경수술을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첫째, “임신 중 응급수술을 요하는 급성 복부 질환에 대한 복강경수술은 임신이 아닌 경우와 동일한 적응증을 적용한다.” 즉, 수술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상태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술기 능력과 마취전문의를 포함한 스텝들의 능력, 그리고 수술, 마취 장비의 기능 등에 따라 복강경수술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임신 그 자체가 복강경수술을 회피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개복수술과 비교했을 때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수술 후 장 마비가 올 확률이 낮으며, 입원기간이 단축되고 일상생활 복귀가 빠른 점 등은 산모 환자에게도 장점입니다.

둘째, “복강경수술은 어떠한 임신 기수라 하더라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고전적으로는 임신 1기(~14주)까지는 복부 수술로 인한 자연유산 확률이 높다고 여겼기 때문에 임신 2기(15주~28주)가 될 때까지 가능하면 수술을 연기하는 것을 권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모든 연구들은 어떠한 임신기간이든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고 복강경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임신한 상태라면 복강경수술이 어렵다’는 통념은 이미 깨진 상태입니다.

첫째, 산모에게 진통제를 투여하면 태아의 호흡억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개복수술과 비교했을 때 복강경수술은 상처 부위 통증의 정도와 기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수술 후 진통제 사용량을 많이 줄일 수 있어 태아 건강에 더 유리합니다.

둘째, 수술 상처에 2차 감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한다면 치료를 위해 항생제와 소염제 등 약제를 더 오랜 기간 투여해야 하는데 복강경수술은 상대적으로 상처가 더 작기 때문에 당연히 상처 합병증 발생률도 더 낮습니다.

셋째, 복부 수술 직후에는 통증 때문에 호흡이 억제됩니다. 쉽게 말해 배가 아파 숨을 크게 못 쉬는 것이지요. 일반적인 경우라면 환자의 호흡기 합병증만 걱정하면 되겠지만 산모의 경우 일시적인 호흡기능 저하로 말초혈액의 산소공급 불균형이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복강경수술은 상대적으로 통증이 적어 그 확률과 정도를 낮춰줍니다.

넷째, 복강경수술은 개복수술과 비교해 복부 내의 시야 확보가 더 좋기 때문에 자궁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충격과 자극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임신 후반기 자궁이 클수록 일반적인 위치에 복강경 기구를 삽입하지 못해서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단일통로복강경처럼 처음부터 한 개의 구멍으로 모든 수술 기구를 삽입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제한에서도 자유롭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학은 발전하고 기술과 노하우는 쌓이는 법입니다. 산모 분들은 임신 도중 복부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고정관념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복강경수술이라는 훌륭한 옵션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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