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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의료칼럼

문재인 케어와 의료계 입장

기사전송 2017-08-20, 21: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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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대경영상의학과의원장
국민 누구나 배가 고프면 민간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을 방문하여 짜장면, 우동, 짬뽕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나라가 있다. 단, 짜장면, 우동, 짬뽕의 원가는 5000원인데 비용은 정부가 마음대로 정하여 원가의 70%인 3500원만 중국집에 지불하도록 강제적으로 정해놓았다고 설정하자. 여기에 원가부분은 직원들과 음식을 만드는 주인의 기본적인 인건비가 포함된 가격이다. 그런데 정부가 강제한 금액은 재료비를 약한 상회하는 금액, 즉 인건비를 거의 산정해 주지 않는 금액이고, 주인의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급료를 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건물임대료 등의 부대비용을 내고나면 주인의 몫은 이일을 왜하나 싶을 정도의 금액만 남게 된다. 산술적으로 중국집은 한 그릇 팔 때마다 1500원씩 적자가 나는데 그 적자의 폭은 주인이 메우는 양상이라 보면 된다. 1500원씩 적자가 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진짜 배가 고픈 손님에게 팔아야만 음식값을 지불 한다’는 매우 애매한 기준이다. 중국집 사장이 봤을 때는 분명히 손님이 배가 고픈 것이 맞아 짜장면을 팔았는데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정부가 그 손님은 진짜 배가 고프지 않았다며 3500원조차 수시로 삭감하여 돈을 주지 않는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보니 중국집 사장은 짜장면 팔기가 점점 싫지만, 배운 게 짜장면 만드는 기술이라 어쩔 수 없어 영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중국집 사장은 열심히 노력하여 탕수육, 팔보채, 양장피, 고추잡채 등의 요리를 원가 2만원에 개발했고, 국민들도 이런 맛있는 요리를 맘대로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에서 정부의 곳간에 20조라는 돈이 쌓여 있으니 앞으로는 이 돈으로 탕수육, 팔보채 등 요리도 전부 원가 이하로 짜장면처럼 쉽게 사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발표를 한다. 사실 이 돈은 짜장면값을 원가 이하로 매겨, 중국집 주인에게 마땅히 지급하였어야 하는 돈을 주지 않고 모아둔 것이다. 정부의 곳간에 모아둔 돈이 충분하니 짜장면값 원가부터 정상화하겠다는 상식적인 생각이 아니라 그 돈으로 앞으로 탕수육, 팔보채까지도 전부 원가 이하로 사먹게 하면 국민들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단 이런 요리는 짜장면, 우동, 짬뽕을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때만 사먹을 수 있고, 그 이외 상황에서는 중국집은 절대 탕수육, 팔보채 등을 팔아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기면 음식 값을 주지 않다는 기준도 정부가 맘대로 정했다. 이 발표에 중국집 사장들은 심하게 동요하고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첫째, 20조라는 흑자에도 짜장면값을 제대로 주지 않는 정부가 탕수육, 팔보채 등의 원가는 앞으로 제대로 주겠다는 말은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말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짜장면, 짬뽕의 원가부터 당장 제대로 주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짜장면, 짬뽕을 먹을 수 없는 사람에게만 탕수육, 팔보채를 팔아야 한다는 애매한 삭감 기준을 핑계로 이미 만들어서 제공한 탕수육, 팔보채 값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일어날 것이 우려되고, 지금까지 정부가 짜장면 지급을 해온 양상으로 보아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나의 노력은 고사하고, 이미 만들어서 준 재료비는 어떻하라는 말인지, 탕수육, 팔보채도 팔기가 싫어질 판이다.

셋째, 국민들이 회비를 전혀 더 내는 것 없이도 짜장면 뿐 아니라 탕수육, 팔보채를 중국집에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선전은 허구인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곳간에 쌓아둔 돈이 소진되면 결국 국민들이 회비를 더 내지 않을 수 없다.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넷째, 이제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탕수육, 팔보채를 팔아서는 안 되므로 국민들이 왜 내가 먹고 싶을 때 내 돈 주고 탕수육, 팔보채를 사 먹을 수 없냐고 화를 낼 것이 뻔하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안할 수는 없고, 결국에 욕은 고스란히 중국집 사장이 먹게 된다.

이것은 요즘 의료계에 돌고 있는 짜장면 의료보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의료 보험의 현실을 이해하기 좋게 풀어서 쓴 것임은 굳이 부언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지난 8월 9일, 의료비의 보장성을 크게 올리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후 의료계의 시름이 깊다. 앞으로 5년 내에 개인의 의료비를 대폭 줄이겠다는 좋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방법과 속도가 문제다.

재정을 감당할 방법, 지출을 줄이는 방법, 무엇을 우선에 둘 것인가 등 전 국민의 동의와 충분한 토론과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방대한 작업을 모두 생략하고 서둘러 일방적으로 선언해버린 것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의료계를 옭죄어 온 원가 이하의 짜장면값 정책의 신버젼이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한편으로 새 정부가 난제를 잘 풀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와 성원 또한 작지 않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각층과 충분히 소통하고 고민하여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부디 ‘문재인 케어’가 중국집 사장도 웃고 시민에게도 좋은, 그런 묘수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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