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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의료칼럼

문재인 케어의 부당성

기사전송 2017-12-24, 20: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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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마크원외과 원장)


얼마전 우리는 데자뷰를 보았다. 6년전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중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우리나라 중증외상외과 전문의가 이역만리까지 날아가 현지에서 직접 치료하고 본인 사비를 들여 국내로 항공 이송을 하고, 국내에 돌아와서는 정부의 지원 없이(지원 약속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었다) 외과의사의 끈질긴 투혼으로 기어코 회복시킨 그 장면. 그리고 열악한 중증외상환자 치료 인프라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수년에 걸쳐 전국 광역시·도 별로 꼬박꼬박 외상센터를 건립하고 운영비를 지원했었던 장면(이후 운영결과를 봤을 때, 실제 운영 효용성은 뒷전이고 지자체별로 체면 차림과 구색 갖추기였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예산 나누기였다). 당시 주치의와 그가 속한 병원이 부담할 수 밖에 없었던 적자액이 2억원이 넘고, 정부에서 후일에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받지 못한 국내로의 항공 이송료만 수억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6년 전 그때 상황과 정말이지 똑같은 상황이 또다시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며 앞으로 발생할 전시행정 또한 비슷한 수순을 밟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북한군 귀순병사가 중상을 입었는데, 6년 전과 별반 차이 없는 근무 조건에서 그를 치료하고 있는 동일한 주치의가 있다. 국민 여론은 열악한 진료환경에 우려를 표하고는 있지만 ‘어렵고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간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외과의사’ 개인에 대한 격려와 박수는 보낼지언정 그 긴 세월 동안 여기저기에서 실행된 여러 가지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응급외상외과의 인프라가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정부가 부랴부랴 들이밀고 있는 봉합 대책마저 6년 전 그때와 유사하다. 전국 외상센터에 지원금을 늘리네 뭐네 하면서 한명의 영웅적인 외과의사를 부각시켜 뒤로 숨는데에만 급급할 뿐 왜 이런 현상이 악화되고 있는지 문제의 본질은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해당 외과의사도 치료 행위에 대한 매우 부실한 경제적인 보상이 결국 해당 분야의 인적, 물적 구성요소들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그런 발언은 여론화되지 않고 있다. 어쩌면 답이 너무 뻔하기 때문에 아예 무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필자 또한 외과의사다. 현 세태는 대한민국 외과의사들의 기를 꺾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의 근본적인 병폐이자 숨은 폭탄은 불합리한 지불제도, 즉 ‘돈’ 문제라는 것을 이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 조차도 알면서 모른체 한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했을 때 2배 더 많이 진료를 받고 2배 더 많이 입원을 한다. 그런데 개인당 총의료비는 OECD 국가들의 2/3만 지출하고 있다. 의료비를 덜 쓰면서 건강하고 오래 살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기형적인 시스템이 작동 가능할까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국가 경제 규모가 성장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고 이번 중증외상센터 문제에 대해 전 국민적 관심이 모아진 이유도 관심과 기대가 높은 만큼 걱정 또한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한다면 그 만큼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에 쉽게 동조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의식의 안타까운 현 주소이다. 얼마 전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도 76%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 찬성한다면서도, 이를 위해 건강보험료를 더 내겠다는 사람은 25%에 불과했으며 66%가 보험료 인상에 반대한다고 했다. 누가봐도 지나친 모순이다.

문재인 케어는 더 많이 지불하지 않고서도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의 결정판이다. 그래서 의료계에서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지만, 응급외상외과에 대한 여론의 추이와 국민 여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타당한 논거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우리 의료가 사상누각의 위기에 놓여진다면 그 폐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무섭게 들이닥칠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최선봉에서 수호해야하는 의사로서 국가 의료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응급외상의학이라는 분야에서 사표를 만지작 거리면서도 결국에는 환자를 버리지 못하는 외과의사 만큼이나, 대한민국 의사들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의사로서의 책임과 의무란 눈 앞의 환자를 치료하는 능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학적 기준에 틀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매우 엄격한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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