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 승인 2018.03.1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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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부국장)


홍매화가 앙글거리고 있었다. 겨울의 찬 기운과 봄의 포근한 기운이 반반 뒤섞인 낯선 강변. 그 강변에 늘어선 매화나무에서 막 고개를 내밀고 피어난 보석 같은 매화꽃. 지난 주말 섬진강 둘레길에서 마주친 그 찬란한 매화꽃은 통째로 ‘봄’을 선사하고 있었다. 물이 올라 연두색 빛깔을 내뿜는 물가의 버드나무들도, 꽃망울이 앞다퉈 올망졸망 맺히고 있는 도로 가 벚꽃나무들의 긴 행렬까지. 남쪽에서부터 그렇게 봄은 소리도 없이 어느새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주 들어 갑자기 포근해진 날씨 덕분에 대구에서도 자주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보름 전만 하더라도 꽝꽝 얼어붙어 냉랭한 한기만 물씬 풍겨냈던 동촌 쪽 금호강 물도 한 이틀 전부터는 아침저녁으로 뜨고 지는 햇빛을 눈부시게 비추며 차분한 소리로 흐르고 있다. 신천변 개나리들도 막 꽃망울을 터뜨릴 듯 한 기세로 물이 한창 오르고 있고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의 숨결도 완연히 달라졌다. 클래식 FM방송에서도 봄을 맞는 음악소리가 자주 전파를 타고 들려오고, 온통 봄이 오는 소리가 우렁차기까지 하다.

올해는 봄의 기운을 맞이하는 감회가 여느 해와는 또 사뭇 다르다. 그만치 지난 겨울은 혹독하게 추운 날이 길었던 때문일게다. 그래서인지 이번 봄은 정말이지 온 몸으로 가득히 맞이하며 알차고 알차게 그 기운을 느끼고 싶다.

정부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더니 이윽고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도 성사시켰다. 북미 수장 간의 대화에 대한 시기와 장소 내용 등을 다루는 기사가 분초를 다투며 입입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의중과, 북한의 속내를 계산하는 기사도,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의 긴박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현장의 소식들도 매 시간 급박하게 들려온다.

그 오랜 세월동안 대립으로 질기게 맞서 반목해왔던 남과 북. 춥디추웠던 지난 겨울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마주서 있던 남과 북이, 갑작스레 온 몸으로 닥쳐오고 있는 이 새 봄처럼 그야말로 서로에게 화들짝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봄소식은 봄소식인데 진정으로 반가운 소식인지, 또다시 다가올 겨울을 예고하는 무늬만의 봄소식인지 가늠하긴 몹시 힘이 들지만 참으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포근한 봄소식이길 바라고 또 바래본다.

우리나라는 지금 참 중요한 상황을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두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남북 공동번영의 길을 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마련됐다’고 했다. 진실로 그렇다. 너무나도 중대한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 두어 달 사이에 벌어질 중대한 변화의 모습에 따라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국운이 바뀔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런 막중한 시기에는 전 국민의 관심과 협력이 너무나 중요해진다. 대통령이 얘기한 대로 ‘성공해낸다면 세계사적으로 극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며 대한민국이 주역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환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 마당이다. 그런데 이 엄청난 기회 속에서 정치권의 분열상을 보노라면 기가 찰 지경이다. 하나로 똘똘 뭉쳐 국운을 바꾸는 주역이 되어야 할 정치인들이 곧 다가올 선거에만 정신이 팔려 나라는 어디로 가든 상대방에게 이기는 것이 더 급선무인 행태만 속속 보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투 열풍이든 도덕성이든 다 집어던지고 표를 많이 얻을 고차방정식을 푸는데만 열중하고 있고, 또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을 공격할 명분 찾기에만 골몰한다. 여당이고 야당이고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명운이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중차대하고 중차대한 마당이 펼쳐진 것 아닌가. 이런 아슬아슬한 시기에 사분오열 하는 정치권은 안된다. 특히 유독히나 추웠던 지난 겨울을 떨치려는 봄기운이 한가득 밀려들고 있는 이 계절의 초입에서.

사실 개헌이니, 최저임금에 근로시간 단축, MB수사, 5·18재조명, 가라앉은 경기 등등 적지않은 중요사안들이 거의 매일 명멸하고 있는 시기긴 하다. 그 모든 것 중에 중요하지않은 사안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안정과 나라의 번영’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가 오랜 겨울 끝에 찾아온 반가운 봄 보다 더 반갑게 찾아온 상황이다. ‘봄이 왔지만 봄은 아니다’는 말은 이제 듣고싶지가 않다. 반갑게 다가오는 이 봄기운을 하나가득 온 몸으로 맞이해 쑥쑥 평화와 번영의 꽃을 피워 낼 수 있도록 ‘정권잡기를 위한 정략’은 잠시 접어두고 모두가 집중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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