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대한 오해
대구에 대한 오해
  • 승인 2018.01.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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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행정학 박사, 대한지방자치학회장)


무술(戊戌)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유난히 생면부지의 사람들로부터 오는 각종 새해인사가 많아 핸드폰은 쉬임없이 울려 된다. 그 이유는 아마 금년 6월 지역의 살림꾼을 선출하는 선거의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선거 때만 되면 통신사들은 돈방석에 올라앉는 것 같다.

지난 연말 대구에서 공직생활을 마치시고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고 계신 선배 한분을 만났다. 그분의 푸념은 ‘한때 서울에서 대구출신이라는 것이 대단한 자부심이었는데 이제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는 지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필자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다. 대구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얼굴을 들 수 없다는 것인가? 혹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대통령까지 이 지역과 연관된 5명의 대통령에 40여 년간 정권 창출의 주역임에는 틀림없다. 무릇 새로운 정권이 창출되면 논공행상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대구는 그 어떤 정권하에서도 정권창출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은 있을지언정 그에 따른 특별한 보상(補償)을 받은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이는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기 전 대한민국 3대도시에서 지금은 4대, 5대도시로 추락하고 있고, 25년째 전국에서 GRDP가 꼴찌라는 점이 증거가 아니겠는가? 오히려 대구는 특혜 준다는 말이 나올까봐 줄 것도 주지 않는 불이익만 받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데 대구가 무엇을 그리 잘못하여 얼굴도 들 수 없다는 것인지?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같이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그 어떤 지역보다 먼저 분연히 일어나 국난을 극복하는데 앞장서 왔고, 4.19의 기폭제가 된 2.28의거와 같이 독재정권에 과감히 맞서온 지역이다. 또한 최근 가장 큰 이슈인 지방분권개헌 운동도 전국 어느 지역보다 먼저 일어난 자랑스러운 지역이다.

이러함에도 대구는 지난 대통령과 국회의원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많이 지지했다고 해서 ‘수구꼴통’이라고 폄하되기까지 하고 있다. 이는 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필자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대통령직선제가 부활된 13대 이후 18대 선거 때까지 특정후보에게 많은 지지를 보낸 대구와 광주를 비교해보자. 13대 대구 69.7%, 광주 93.4%, 14대 대구 58.8%, 광주 95.1%, 15대 대구 72.7%, 광주 97.3%, 16대 대구 77.8%, 광주 95.2%, 17대 대구 69.37%, 광주 79.8%, 18대 대구 80.14%, 광주 91.97%로 각 지역의 유권자들이 그들이 선호하는 후보자를 지지하였는데, 왜 유독 대구만 특정후보에게 몰표를 주었다고 욕을 먹어야만 하나?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도 대구에서 특정정당이 독식을 한 것은 진보성향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2000년 4월의 16대, 노무현정부가 들어선 2004년 17대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때 뿐이다.

대구는 원래 보수 성향의 지역은 아니었다. 오히려 진보의 본산이라고 해야 더 정확한 지역이었다. 3대 정부통령선거에서는 이승만대통령보다 야당인 조봉암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주었고, 부정 개표를 막아 야당인 장면후보가 여당인 이기붕후보를 누르고 부통령에 당선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으며, 국회의원선거에서도 1대부터 5대까지 야당 국회의원이 다수였고, 5.16이후 6대와 7대 선거에서는 여당인 공화당이 다수였지만, 1971년 박정희대통령의 3선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후 한 달 후에 치루어진 8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여당인 민주공화당은 겨우 1석만 확보하고 야당인 신민당이 4석을 차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야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한 지역이 바로 대구였다.

대구가 오해를 받는데에는 우리 대구 사람들의 잘못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완전히 부정을 하지는 않는다. 사투리로 ‘우리가 넘이가’라는 말에 현혹되어 특정 정당에 짝사랑한 죄가 있을 수 있다. 이 또한 주어진 후보 중에 선택해야만 하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하고 싶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제발 유권자들이 정당중심이 아닌 인물중심의 선거를 할 수 있도록 진정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의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는 후보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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