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발길 닿는 곳에 ‘나눔 바이러스’ 퍼진다
그녀의 발길 닿는 곳에 ‘나눔 바이러스’ 퍼진다
  • 김주오
  • 승인 2014.11.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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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인> ‘자랑스러운 동구인상’ 수상자 조명희 씨
봉사인생 20여년
홀몸어르신·형편 어려운 이웃 수시로 찾아
건강 체크하고 먹을거리·각종 물품 전달
다양한 단체서 캠페인 활동…지역발전 한몫
봉사, 나 자신을 위한 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나에겐 큰 힘
육체적 봉사 많이 알려야 남들도 따라할 수 있어
가진 것 없지만 기운이 있는 한 돕고 살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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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랑스러운 동구인상을 받은 조명희씨는 “많이 가진 것은 없지만 기운이 있는 한 남을 돕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가난하다고 남을 돕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마음이라도 나누려는 생각이 중요한거죠.” 최근 대구 동구청이 올해 동구인상을 선정했다.

어느때보다 많은 추천인들이 접수됐지만 20여년 동안 동구 여성자원봉사회, 자원봉사단체협의회, 새마을 부녀회, 경로후원회, 민간사회안전망, 대한적십자봉사회 등 각종 봉사단체 활동을 펼쳐 온 동구 신천4동에 사는 조명희(58)씨가 선정됐다. 자랑스런 동구인상을 받은 그녀, 얼마나 많은 봉사활동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 왔는지, 그녀를 만나봤다.

◇희생과 부지런함, 사람에 대한 애정이 원동력

조씨는 “저보다 더 힘든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이 많아요. 병상에서 직접 환자를 돕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내세울 것도 없는데 이 같은 상을 받게 부끄럽습니다”라면서 “제게 봉사는 누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제 자신이 힘을 얻는 일이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그동안 어렵고 홀로 살아가는 어르신과 지역의 대소사를 챙기는 한편 지역의 주민자치위원회, 여성단체협의회, 소방서 및 예비군여성대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이웃사랑과 세대간 소통 그리고 지역사회발전에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씨는 평소에도 홀로 되신 시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봉양과 효행을 통해 성공적 자녀성장은 물론 희생과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화목한 가정을 이뤄 왔다.

그는 16살, 25살 때 어머니와 아버지를 차례로 여의면서 평소 가족과 사람에 대한 정에 애착을 갖게 됐다. 이후 일찍 홀로되신 시어머니가 계시는 6남매 장남의 맏며느리로 시집 가 친부모를 모시 듯 한결같은 마음으로 섬김의 도리를 다했다.

6남매를 홀로 키운 시어머니의 일생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 보답한다는 마음이 컸다.

수시로 노인정에 음식을 대접하는 등 각종 봉사활동으로 동네친척, 어르신들은 칭찬이 자자하다.

가족에게서부터 싹튼 효행과 정성이 두 명의 자녀에게도 옮겨 가 자녀들로부터 늘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것은 물론 자녀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 명문의과대학교와 사범대학교를 졸업하게 하는 등 훌륭한 사회 일꾼으로 성장시켰다.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이웃, 아직 많아

평소 몸에 베인 효행과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20여년 전부터 지역의 복지관과 노인요양시설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어르신들과 함께 시장놀이, 어르신 급식, 설거지, 목욕봉사, 밑반찬 조리, 생신상 차려드리기, 여름철 닭백숙 접대, 홀몸어르신 도시락배달 등 묵묵히 어르신 섬김활동을 지속해 왔다.

특히 지역내 경로당 5곳의 어르신 250여명을 위해 설날이면 부녀회 회원들과 함께 떡국을 대접하고 여름철 복날때는 동주민센터에서 직접 장만한 닭백숙과 수박, 음료 등을 대접하고 있다. 또 가을 수확철때는 고향에서 농사지은 과일을 대접하고 김장철이면 쌀, 라면과 함께 어르신들의 간식거리를 장만해 드리는 등 사시사철 어르신들의 먹을거리를 챙긴다. 심지어 경로당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제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씨의 동네 어르신 섬기기가 극진하자 ‘잊혀져 가는 경로효친사상을 높이고 자라나는 세대에 대해서는 미풍양속을 가르친다’는 칭찬이 쏟아져 나왔다.

조씨는 10여년 전부터 적십사회 및 민간사회안전망 봉사활동을 통해 행정기관에서 돌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홀몸어르신들과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찾아 결연을 맺었다. 이후 매월 어르신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동주민센터와 적십자사 등에 지원을 요청해 쌀과 라면을 직접 전달해오면서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하고 지역의 나눔문화 홍보활동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조씨는 또 매월 4회씩 새마을부녀회와 적십자 회원들과 함께 인근 노숙자쉼터(동대구 노숙자 쉼터)를 찾아 30여명의 쉼터 생활인의 반찬조리와 식사를 도맡아 해왔으며 특히 본인이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 반찬을 조리해 제공하고 있다.

조씨는 “지역에는 아직도 도움과 관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이 적지 않다”면서 “살기가 어려울수록 나보다 더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을 생각하면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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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주부들과 함께 요리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조명희씨.
◇물질봉사는 감춰도 움직이는 봉사는 많이 알려야

저소득 어린이들과도 세대교감을 나누는 조씨.

매년 여름·겨울방학이면 저소득어린이 방학프로그램으로 동구 지역내 초등학교 17개 학교 저소득어린이를 대상으로 샌드위치교실, 떡볶이 교실 등 요리교실을 연다. 학생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학생들의 요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해 방학프로그램 중 ‘가장 재미있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관에서는 이를 두고 조씨가 계층간·세대간 교감을 위해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표현한다.

또 새마을운동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랑의 집고쳐주기와 쌀나눔, 김장나눔, 연탄나누기 운동에도 적극 참여한다.

거주환경이 열악한 어르신들 집에 도배, 장판 및 전기시설과 주방시설 등을 수리해 주고 따뜻한 겨울나기를 돕는 것도 보람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세대에 연탄을 전달하면서 ‘소외된 가정이 희망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해 달라’고 마음 속으로 기도한다. 이 밖에도 조씨는 주민의식을 더욱 개혁하자는 차원에서 의용소방대·여성예비군 활동 및 주민자치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지난 2005년 12월 대구서문시장 화재, 2010년 9월 대구서대구공단 화재 때 유독가스를 맡아가며 의용소방대원으로서 밤새 소방관들의 화재진압을 도왔다. 이밖에도 산불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등 현장지원에 큰 보탬을 준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여성예비군 지원대원으로서도 매년 실시되는 지역 50사단의 동원훈련시 훈련부대의 급식봉사에 나선다. 천안함 피폭견학 등 국가안보 홍보에도 적극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현안과 발전을 위한 주민자치위원회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서 지역 주민의식 개혁 고취에 힘쓰고 있다.

◇봉사는 나 자신을 위한 일

조씨는 기초질서 지키기와 도시환경 지키기 캠페인 활동에도 참여했다. 지난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월드컵대회·하계U대회 등 대규모 국제행사시 무엇보다 국민의식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국민이 선정한 기초질서지키기 10대 과제를 실천하고 홍보해왔다. 이를 위해 2002년부터 1, 3주 화요일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동대구역지하철입구에서 플랜카드, 어깨띠, 피켓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또 도시환경 지키기를 위한 캠페인과 병행해 동대구역로에 설치된 화분관리 및 환경취약지역인 이면도로 및 다중집합장소 등 불결해지기 쉬운 곳을 관리하고 주변환경을 정비하는데 앞장서 깨끗한 도시미관 조성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공적에 대해 높게 평가 받아 올해 동구인상을 받은 조씨는 “가끔 ‘돈도 많지 않으면서 남을 돕는다’고 비아냥거리는 주민들도 있지만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남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일이거든요.”

“옛날 물질적으로 봉사할 때는 남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하지만 생활 속에 배어 있어야 할 육체적인 봉사는 많이 알려야 해요. 그래야 남들이 따라 할 수 있답니다. 내가 힘들여 남을 도우면 주위 사람들에게 봉사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많이 가진 것은 없지만 기운이 있는 한 남을 돕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싶다”는 조씨의 밝은 표정에서 성큼 다가온 추운날씨에도 느껴졌다.

김주오기자 kim-yn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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