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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고장 대구, 창의시대 선두로 도약”

기사전송 2016-08-17, 21: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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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前 문화부 장관
‘DAC 인문학극장’ 강연
아름다운 환경·시인 등
대구만의 생명력 주목
“침체된 도시 살리는 건
구호 아닌 문화유전자”
인문학극장-이어령4
16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 ‘2016 DAC 인문학극장’에서 이 전 장관이 ‘시의 도시, 대구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 있었다고 운을 뗐지만, 시대가 낳은 대표적 지성(知性)의 눈빛은 뛰어난 혜안과 식견으로 눈부셨다. 80대 고령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또렷한 음성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큰 울림을 줬다.

한국사회 지성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어령(82·초대 문화부 장관·전 이화여대 석좌교수)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그가 대구를 찾아 시(詩)를 화두로 ‘시의 도시, 대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난 16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16 DAC 인문학극장’ 강연을 통해서다.

DAC 인문학극장은 공연장에서도 인문학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무대로 대구시립예술단이 올해 처음 기획한 행사다.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총 세차례에 거쳐 18일까지 강연이 진행 중이다. 첫 강연이 열린 이날,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을 가득 채운 시민 800여명은 이어령 이사장의 메시지에 귀 기울였다.

강연자로 나선 이어령 이사장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부여고등학교와 서울대 문리대 등에서 수학했다.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9년 12월부터 2년간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새천년준비위원회 등 각종 국가적인 대형 문화행사의 기획을 총괄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으로 평론가에서 언론인, 교수, 문화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그 중에서도 시는 30년간 문학을 가르쳐온 그에게 있어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도구다.

‘시의 도시, 대구를 꿈꾸다’로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이 이사장은 “시는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하는 도구”라며 “대구는 시라는 도구를 이용해 21세기 창의적 시대의 선두로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민족시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인용하며 “일제에 저항한 아름다운 시인은 대구·경북지역이 가장 많이 배출했다”며 “이상화와 이육사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입술을 다문 하늘아’,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살찐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등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나타난 시적 표현을 언급하며 “시 속에 나타난 대부분의 비유는 인체를 빗대 했다. 인체어를 이토록 많이 쓴 시를 본 적이 없다. 결국 이상화가 말한 ‘들’, 곧 대구는 대구시민들의 신체와도 같다. 이게 대구가 시의 도시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생명’이라는 화두를 꺼내며 시와 시인, 대구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추운 겨울날 나무 장작에 돋아난 파란 생명…. 그걸 보고 차마 도끼질을 못하는 게 시인이다. 차가 많이 다니는 고속도로에 난 작은 균열에 핀 작은 풀꽃을 본 적 있는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력, 이게 바로 시의 원천이며 시인은 이 아름다운 생명을 발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침체된 대구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으로 시를 주목했다.

이 이사장은 “모든 게 직선화되고 규격화된 도시에서 곡선으로 이어지는 강둑(신천둔치)이 있고 여기를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침체된 대구에 생기를 돌게 하는 것은 섬유와 컬러플 같은 구호에 있는 게 아니라 이곳(신천)과 같이 생명이 있는 아름다운 환경, 그리고 이 공간에서 감동을 주는 문화유전자로서 시를 쓰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역설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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