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보수 색깔로 진영대결 승부수
潘, 보수 색깔로 진영대결 승부수
  • 강성규
  • 승인 2017.01.31 18: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촛불집회 변질”종전 입장 번복
빅텐트 어렵자 ‘半半전략’ 포기
보수 아우를 스몰텐트 구상
문재인에 맞설 대표주자 노려
설 연휴동안 반 칩거상태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전략을 포기하는 대신 ‘대세론’ 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맞서는 ‘보수 진영의 대표주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반 전 총장은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기름장어’라 비판 받아온 특유의 모호한 화법에서 벗어나 보수적 관점을 명확히 드러내며 보수층에 어필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지지율 하락과 함께 ‘빅텐트’ 구축이 난항을 겪으며 위기에 처하자, 반 전 총장은 여야 중도층을 주축으로 한 제3지대 결집을 사실상 포기하고, 보수적 노선을 확고히 표명함으로써 문 전 대표 및 진보 진영과의 ‘진영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촛불집회에 대한 종전 견해를 번복했다. 불과 3주 전 귀국 직후엔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낸 기적,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하나가 됐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촛불집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선 “광장의 민심으로 표현되는 국민의 여망은 ‘이제까지 잘못된 정치로 인해 쌓이고 쌓인 적폐를 그냥 확 바꿔라’ 이런 뜻”이라며 “하지만 초기의 순수한 뜻보다는 약간 변질된 면이 있다. 다른 요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조심스럽게 주시하고 있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와 ‘친문 패권주의’를 정조준해 맹공을 퍼부으며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자신을 부각시키려 했다. 특히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며 개헌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권교체, 그 뒤에 숨은 패권추구 욕망을 더이상 감추려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의 입장변화에 따라 정계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입당’까지 예상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전격 입당해 그동안 한계 내지 불안요소로 지적 받았던 ‘정체성’과 ‘조직기반’을 갖추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내에선 그동안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충청권 인사들이 반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탈당을 유보할 가능성도 커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의 이날 회견을 반색하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측은 최악의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과 전통보수층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당 지지세 반등 등 일정 성과를 낸다면 추후 보수진영 전체를 아우르는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다.

새누리당도 반 전 총장이 입당해 최근 지지세가 상승 중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경쟁을 벌일 경우 ‘경선 흥행’이 가능해 조기대선 국면에서 후보와 당의 존재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상의 카드를 거머쥐게 된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내에선 반 전 총장측과 황 대행측이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황교안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트위트를 통해 “(황 총리 대선 출마는) 말도 안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미친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황 대행 측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SNS라 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품격 있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의 새누리당 등 특정 정당 선택은 아직 섣부른 전망이나 보수진영에서 먼저 ‘스몰텐트’를 친 뒤 ‘빅텐트’ 추진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를 위해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개헌을 강조하며, 정계 각 진영 및 세력 대표가 참여하는 ‘개헌추진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