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지지,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다
맹목적 지지,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다
  • 강성규
  • 승인 2017.04.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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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투표’ 이제 그만-<中> 우리가 만든불행한 대통령
압도적 지지로 정권 창출
혜택은 없고 오히려 소외
박근혜 탄핵사태 거치며
TK ‘꼴통동네’ 비판 직면
정치적 고립, 몰락 위기감
“경북 동네는 진짜 노답이네(lyoo****)” “기가 찬다...거기 주민들은 뉴스도 안 봐?(host****)”

지난 12일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를 비롯한 TK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전승을 거둔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오르자, 누리꾼들이 단 댓글 중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의견들이다.

최순실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이후 보수진영은 지리멸렬 상태로 사분오열돼 있다. 하지만 TK 유권자들의 ‘의리’는 변함없어 보인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TK 유권자들은 예외 없이 현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몰표를 안겼다. 반면 이번 조기대선에서 많이 희석되긴 했으나 구 야권 대선 후보 및 인사들에 대해선 ‘생래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전통적 ‘양반 동네’라는 지역민들의 자부심 △사익보다 ‘국익’,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TK의 정서 △지역주의 구도 아래서 호남 기반 민주당 정권에서 일었던 ‘영남 소외론’ 등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진단했다.

대구·경북 사람 다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쿠데타가 ‘구국을 위한 혁명’이며, 실제로 박 전 대통령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게 되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선친 덕분에 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반면 구 야권은 백안시 한다. 국익이나 공익보다 ‘사익’, 대의보다 ‘소의’를 추구하는, ‘격 떨어지는 세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따라 민주당 등 구 야권인사는 물론, 대구 출신인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치적 이해에 따라 파면으로 이끈 ‘사악한 정치세력’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한만큼 TK의 ‘맹목적 특정 정당 지지’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고 지역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과거 압축성장기에는 ‘제왕적 대통령’이 제한된 자원을 대구·경북지역에 집중한 혜택을 지역이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압도적 지지에 비해 지역이 누린 혜택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소외됐다. 군 출신 대통령들은 취약한 정통성 때문에 지역보다 호남 등 나머지 지역에 예산을 집중 배정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 고려로 지역의 염원이자 숙원사업인 신공항을 외면해버렸다.

하지만 이번 조기 대선에선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된 지역주의가 해체 수순을 밟는 징후가 현저하다. 따라서 대구·경북지역이 특정 정치세력만 계속 편애한다면 TK는 ‘고립된 섬’이 돼 몰락의 길을 걷게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 폐단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났다. 역대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민심’도 ‘당심’도 아닌 특정 인사들의 ‘사심’ 공천을 TK에서 자행했다. 이로 인해 대통령-주변 핵심세력-지역구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으로 이어지는 ‘권력 서열화’가 초래됐고, 지방자치의 ‘중앙 종속화’가 가속됐다.

TK지역은 ‘어차피 몰표’라는 인식 때문에 구 여권은 지역을 철저히 소외시켰다. 구 야권 또한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TK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다. 이래저래 TK는 ‘정치적 갈라파고스’가 돼 빈사 상태로 방치되기에 이르렀다.

이형락 정치평론가는 “몰표를 던졌던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에 가는 등 모두 ‘불행한 대통령’이 됐으나 그래도 ‘우리가 잘했다’는 인식이 지역민들 사이에 강하다”면서 “이번 대선에선 정서나 감성에 치우치는 투표 대신 냉정한 ‘전략투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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