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발칵 했는데…형량이 기막혀”
“나라가 발칵 했는데…형량이 기막혀”
  • 김주오
  • 승인 2017.07.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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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징역 3년·조윤선 집유
‘블랙리스트’ 솜방망이 판결
시민들 “국민 법감정과 괴리
재판부 제식구 감싸기 의구심”
민주 “사필귀정” 한국당 ‘침묵’
김기춘-징역3년
다시 구치소로 향하는 김기춘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7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치소에서나오는조윤선
풀려난 조윤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부 장관에 대해 재판부가 각각 징역 3년과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지역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고 조 전 장관에게는 국회 위증 등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박근혜 정부에서 비판적이었던 문화예술인·단체에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도록 하는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이들은 36차례 걸친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2013년 박근혜정부에서 ‘왕실장’, ‘기춘대원군’ 등으로 불리며 막후에서 막강한 권세를 휘둘렀던 김 전 실장과 여성가족부 장관, 정무수석, 문체부 장관을 역임해 ‘박(朴)의 여자’로 불렸던 조 전 장관이 각각 징역3년을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석방되자 사법부를 향한 국민여론은 싸늘한 분위기다.

대구지역 직장인 김모 씨는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자였던 두 사람에게 내린 처벌은 솜방망이 와 다름없다”면서 “힘없는 서민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직장인은 “집행유예라니 어이가 없다”면서 “특검이 김기춘 전 실장에 7년, 조윤선 전 장관에 6년을 구형한 것가 비교하면 형량이 크게 줄었다. 법과 국민상식의 괴리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주부 이모 씨는 “이번 판결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으며 예술인들에게 또 다시 트라우마를 안겼다”며 “김기춘이나 조윤선이 법조인이다보니 재판부가 ‘제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은데 대해 “사필귀정이고 인과응보다”라고 평가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고통 속에 빠트려 놓고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은 뻔뻔한 김 전 실장은 더 늦기 전에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직권남용을 인정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아픈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권력도 국민의 삶을 외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김 전 실장 등이 이를 악용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인정한 판결”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정의당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국기문란 사범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고작 이 정도라면 앞으로 이어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판결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피고인 전원의 유죄 판결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김주오기자 kim-yn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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