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제 전국꼴찌 만든 ‘한국당 일색’ 더 이상 안된다”
“대구경제 전국꼴찌 만든 ‘한국당 일색’ 더 이상 안된다”
  • 김지홍
  • 승인 2017.12.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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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민심은 어디로…
수십년 지지했지만 결과물 없어
정치 경쟁력 ‘전국 최하위 수준’
‘대통령 동네’가 마이너스 성장
한국당 강세속 ‘미미한 변화’ 조짐
여당 바람·바른정당 지지세 관심
“정치 다양성이 지역 발전 이끌어”
지방선거유권자-만평

“자유한국당은 무슨. 자한당? 환자당이지. 그게 무슨 당(黨)이가.” “도대체 지역에 해준 게 뭐있노.”

지난달 20일 대구의 한 택시승강장에서 손님을 대기하던 택시기사 세 명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한 택시기사는 “지금 (자유한국당에) 모여있는 사람들 보라. 정상이 어디있냐. 한국당? 자한당? 환자만 모인 환자당. 환장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택시기사는 “선거 때마다 잘하겠다고 넙죽넙죽 절하는 꼬라지 좀 보소. 수십년 동안 지역 통치하면서 도대체 지역에 해준게 뭐 있나. 경제는 뒷전이고, 지네들 한 평생 정치 이미지나 가꾸고 뒷돈 다 챙겨먹었을꺼 아니가”라며 “뻘건색은 꼴도 보기 싫다. 지네들이 빨갱이 아닌교”라며 맞받아쳤다.

지나가던 20대 커플이 택시기사의 대화를 듣더니 “나이 많은 사람들도 한국당 싫어하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속삭였다. 대학생 한지연(23·대구 달서구)씨는 “어르신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또래 친구들은 예전보다 정치 기사를 찾아보는 등 정치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는 기자가 다가가자 연신 불만을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60대 이모 택시기사는 “지역 위해서 일 하라고 시켜놨더니 경제 살릴 노력은 안하고 자기네들끼리 힘 겨루기만 한다”며 “(공천 받고 선거에)나와서 그냥 척척 붙여주니 정부 정책도 다른 지역에서 크게 예산 다 챙겨가져가고 빵 쪼가리 떨어진거 주워 먹듯 해와서 자랑질한다. 엉망진창”이라고 말했다. 50대 후반 택시기사는 “TK(대구·경북)가 보수의 심장이라고 하는데, 지네들(보수 진영)이 붙여서 만든거고, 싫어하는 중·노년층도 많다”며 “지역 정치도 경쟁이 돼야 하는데 선거 때가 되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로당에서 만난 최교원(67·대구 서구)씨는 “한국당이 아니면 뽑아줄 사람이 없다”며 “다른 의원들은 자주 보이지도 않고 찾아오지도 않았다. 한국당이 문제있는 걸 떠나서 나한테 잘해주고 고마운 사람을 뽑는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이인자(56·대구 달성군)씨는 “전국적으로 분위기가 민주당에 쏠리니 혼자라도 한국당을 찍어서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움직임, 지선에서 드러날까

지난해 5월 9일에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지역의 최대 화두는 ‘대구·경북 지역이 바뀔까’였다. 맹목적인 지지에서 벗어나느냐의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걸음마 단계’라고 진단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모두 21.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당선자가 이 지역에서 20% 이상 득표율을 얻은 것은 처음이다. 여태껏 보여온 무조건적인 표심(票心)이 아닌 여러 후보에게 분산됐다. 대구의 경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위였지만, 득표율(45.3%)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의당 안철수(14.9%)·바른정당 유승민(12.6%)·정의당 심상정(4.72%)후보로 표가 나눠졌다. 경북도 한국당(48.62%)에 이어 국민의당(14.9%), 바른정당(8.7%), 정의당(5.1%)순으로 나왔다. 제18대 대선에서 대구·경북 80% 이상 득표율을 얻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몰표’ 현상과 차이를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올인’ 민심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6월 13일)를 앞두고 지역 기초·광역의회 전·현직 의원들이 민주당·국민의당에 입당하는 사례도 생겼다. 지역의 ‘기울어진 운동장’ 정치 구조에서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의원은 대구시의회 정용(자유한국당)의원이 국민의당으로, 북구의회 유병철(무소속) 의원과 수성구의회 최기원(무소속) 전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했다.

앞서 한국갤럽 조사에서 따르면 지난해 2월 새누리당에서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은 그 해 8월까지 대구·경북 지역에서 주간 정당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했다. 다만 9월 넷째주(26~28일) 실시한 정당지지율 조사(전국 성인 1천6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대구·경북의 경우(100명) 한국당 31%, 민주당 26%로 ‘반짝’ 선두를 탈환했다. 당시 이슈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일이었다.

◇‘나비 효과’ 선거혁명 가능?…선거구제도 한계

변화의 분위기가 보이지만 정치권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실제 표심에선 크게 요동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전국적으로 ‘구 여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역에서 차지하는 한국당의 당세(黨勢)와 확장성으로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작은 변화는 이미 시작됐지만 ‘나비 효과’로 다가오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듯”이라며 “민심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지역에 뿌리를 내린 건 20년이 넘었다. 지역 단위로 다양한 조직이 광범위하게 움직이고, 정치적 인지도나 무게감 있는 인물도 대부분 한국당에 대거 포진돼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당세는 여전히 강하다. 2014년 제6회 동시지방선거에서 대구 기초의원 당선인 102명 중 새누리당 77명, 새정치민주연합 9명, 정의당 2명, 노동당 1명, 무소속 13명 등으로 새누리당이 압도적이다. 기초단체장(8명)과 광역의원(27명)은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현재 일부 바른정당이 있으나 대다수 한국당 의원이다. 경북도 대구와 마찬가지다.

내년 지방선거는 지난해 손질에 실패한 선거구제로 더욱 어렵다.

대구의 기초 선거구 44곳 중에서 2인 선거구는 30곳, 3인 선거구가 14곳이다. 4인 선거구는 단 한 곳도 없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대구시당은 지난해 11월 대구 중구 매일가든에서 ‘대구 지방선거 제도 개선을 위한 정당 토론회’를 열고 △기초의원 3~5인 선거구 확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한 선거구에서 2~5명을 선출하는 제도인 중대선거구제는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死票)가 되는 일은 훨씬 줄어든다. 또 당세가 약한 정당에서 낸 후보가 당선될 확률도 커진다.

대구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정치 다양성을 위해 선거구제를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으나 국회 논의가 늦어지면서 선거에 적용할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의 법정시한(12월 12일)을 넘겼다. 사실상 선거구제 변경은 불가능해졌다.

◇4050대 유권자 많지만 투표율은 60대가 압도

선거제도가 시행되면서 대구·경북은 유독 대통령선거 때만 전국 평균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박정희(경북 구미)·노태우(대구)·이명박(경북 포항)·박근혜(대구)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 중 대구경북 출신이 많기도 하다. 정치인들은 대구·경북을 ‘대통령을 낳은 동네’라고 말할 정도다. 이형락 정치평론가는 “대구는 우리가 뭉쳐서 힘 쓰면 대통령이 만들어진다는 자부심이 강한 지역”라며 “조기 대선에서 진행됐던 다자 구도가 지선까지도 이어져 연령층별 다양한 정치 구도가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5월 조기대선에서 대구·경북의 유권자는 428만7천499명(대구 204만1천868명·경북 224만5천631명)이었다. 전국 유권자의 10.1%에 해당한다. 시도별 투표율(전국 투표율 77.2%)로 보면 대구는 77.4%, 경북은 76.1%를 기록했다.

대구 유권자 중 40대(4만2천948명)·50대(4만2천990명) 연령층이 가장 많다. 경북은 50대(4만9천550명) 유권자가 가장 많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와 비교해보면 40대 이하 젊은 유권자가 감소하고 50대 이상 중·노년기 유권자가 증가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선만큼 투표율이 높다면 대구·경북 지역은 어느 연령층이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일까. 대구 투표율은 60대(2만8천301명)가 85.8%로 가장 높다. 19세·50대·70대가 80% 이상의 투표율을 보인다. 구·군별로 보면 수성구가 가장 높은 79.3%의 투표율을 보였다. 수성구는 10대인 19세 유권자 또한 가장 높은 투표율(82.9%)을 기록했다.

대구는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 여자 투표율은 78.4%로, 남자(75.8%)보다 2.6%포인트나 앞선다. 부산과 인천·충남·서울·광주 지역 등에서 2%포인트 안팎의 차이를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사전투표율은 전국에서 꼴찌 수준이다. 남자(25.3%)·여자(19.4%) 모두 사전투표율이 전국 하위 3순위에 들었다.

50대 유권자가 많은 경북도 60·70대가 압도적인 투표율을 보인다. 각각 87.2%, 83.3%로 가장 높다. 특히 경북 군위군·청송군·봉화군은 남자 투표율이 90%를 넘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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