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후보 밖에 없는데 누굴 찍나요”
“한국당 후보 밖에 없는데 누굴 찍나요”
  • 김지홍
  • 승인 2017.07.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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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다른 정당 후보 거의 없어
무소속은 대부분 ‘공천 탈락자’
민주당 민심 얻기 적극 투자를
다양한 정당이 지역 발전 도움
“투표지에 자유한국당과 무소속 후보 밖에 없는데 투표는 뭐하러 해요?”

지난 15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만난 대학생 이현지(23·남구)씨와 김동휘(24·북구)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자유한국당은 찍기 싫어도 후보를 보면 한국당 말고는 찍을 당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대구는 선거 때마다 마치 한 정당만 있는 처럼 보이는데 다양한 후보가 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경훈(37·달서구)씨는 “대구와 경북 곳곳에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인물들이 나오면 선택권이 넓어져서 유권자에게도 긍정적인 투표 바람이 불 것 같다”고 했다.

대구와 경북 지역민들에게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의 후보 이름이 적힌 투표지를 받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 2014년 6월 제6회 지방선거에서 대구의 8곳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는 새누리당 8명·새정치민주연합 1명·통합진보당 1명·무소속 7명이 후보로 나왔다. 경북의 23곳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는 모두 63명이 후보자로 나왔는데 새누리당 21명·새정치민주연합 2명·통합진보당 2명·새정치당 1명·무소속 37명 등이었다. 무소속 출마자는 거의 대부분 새누리당 공천에 탈락한 후보들이었다.

광역·기초의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대구의 27곳 대구시의원 선거에는 새누리당 27명·통합진보당 7명·노동당 2명·무소속 13명이 나왔다. 경북의 54곳 경북도의원 선거에는 새누리당 53명·새정치민주연합 1명·통합진보당 2명·노동당 1명·무소속 46명이 출마했다. 대구의 44곳 기초의원 선거에는 새누리당 102명·새정치민주연합 15명·통합진보당 4명·정의당 6명·노동당 2명·무소속 77명이 나왔다. 경북의 102곳 기초의원 선거에는 새누리당 239명·무소속 237명 외에 새정치민주연합 7명·통합진보당 5명·정의당 3명·녹색당 1명만이 출마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한국당 후보들의 독주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야권의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 간판만 걸고 나가면 당선된다, 한국당 외에는 빨갱이’라는 대구경북민들의 정치적 분위기가 모든 정치 사상을 뒷걸음치게 만드는 분위기”라며 “괜찮은 후보를 내세워도 결과는 늘 한쪽으로만 쏠려있었기 때문에 힘이 많이 빠지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어느 누가 과감하게 이 지역에 투자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털어놨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최근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난 민주당 조응천(경기 남양주시갑) 의원은 지난 7일 대구 수성호텔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토론회에서 “대구와 경북에서 차세대 리더를 키워내지 못한 민주당의 마중물 역할이 부족했다는 부분을 인정한다.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와 경북 유권자들이 빨갱이 정당이 아닌 ‘보통 정당’으로 경쟁의 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채장수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방적인 몰표 분위기에 벗어나기 위해선 입지가 약한 정당은 ‘빈틈 민심’에 보다 적극적인 지역 투자를, 유권자들은 반드시 투표로 합리적인 선택·권리를 드러내면서 정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유권자들도 찍을 사람이 없다며 찍지 않는다는 태도는 전체 투표율을 낮추면서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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