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마을이야기] 십이령 바지게꾼 애환 서린 옛길을 넘고 넘어…
[울진 마을이야기] 십이령 바지게꾼 애환 서린 옛길을 넘고 넘어…
  • 김상만
  • 승인 2015.08.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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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경상북도 마을이야기-울진 두천마을

내륙으로 행상 갈 때 넘나들던 열두고개

산세 험하고 맹수 출몰로 무리지어 넘어

십이령 등금쟁이 축제, 다양한 전통문화체험

13.5㎞ 이어지는 500년 금강소나무숲길

천연기념물 산양 서식지로 유명

가이드 동반 구간별 하루 80명만 탐방 가능
/news/photo/first/201508/img_173282_1.jpg"십이령바지게꾼재현/news/photo/first/201508/img_173282_1.jpg"
동해연안 경북 울진과 봉화, 영주 등 영남내륙을 잇는 ‘소금과 미역의 길’인 북면 두천리 십이령길을 ‘십이령바지게놀이’ 단원들이 행렬하고 있다.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던 여름휴가도 이제 끝자락이다. 밀리는 도로, 붐비는 관광지에서 사람들에 치이다 보면 여행길이 고달플 때도 있다. 미처 여름휴가를 못 챙겼다면 여유로운 늦은 여름이나 가을휴가지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 있다. 지평선이 넘실대는 바다가 있고, 수 백년 된 소나무가 빼곡한 산이 있는 곳. 여기에 시골마을의 정겨움까지 더해진다. 바로 울진, 그 속에서도 두천마을이다.

◆ 옛길이 주는 감동의 시간들 ‘울진 십이령길’

“미역, 소금, 어물 지고 춘양장은 언제 가노. 서울 가는 선비들도 이 고개를 쉬어 넘고, 오고 가는 원님들도 이 고개를 자고 넘네~”

한 보부상(등짐장수)이 선창을 하자 대여섯 일행들이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라며 장단을 맞춘다. 노랫소리는 저 먼 산을 타고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등짐장수가 진 바지게에는 소금, 미역, 거등어, 문어가 가득하다. 돌다리를 건너자 내성행상불망비(乃城行商不忘碑·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310호)가 서있다. 이는 보부상들이 봉화 소천장을 관리하는 반수(우두머리) 권재만과 접장(장터 관리인) 정한조의 은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철비(鐵碑)이다. 울진 죽변에서 산길로 들어서면 험하고도 긴 여정이 시작된다. 돌재 - 나그네재 - 바릿재 - 샛재 - 너삼밭재 - 저진터재 - 새넓재(한나무재) - 큰넓재 - 고채비재 - 맷재 - 배나들재 - 노룻재로 굽이굽이 넘어야 비로소 봉화 소춘에 도착한다.

바지게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한스러운 듯 조물주를 향한 원망의 노랫말을 다시 내뱉는다. “꼬불꼬불 열두 고개 조물주도 야속하다~”. 순간 조선시대 보부상들의 애환과 옛길이 주는 감동이 교차한다.

울진 십이령보부상길은 옛 보부상들이 울진의 흥부장·울진장·죽변장 등에서 해산물을 구입해 봉화와 안동, 영주 등 내륙지방으로 행상을 할 때 넘나들던 길이며 고개가 12개라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0여리를 2~3일 꼬박 걸어야 겨우 도착한다. 이 고개들은 산새가 험하고 깊어 밤에는 넘지 못했고 낮에도 맹수나 도적의 출몰로 많은 피해를 당해 두천 원주막에 모여 하룻밤을 자면서 큰 무리를 지어 넘었을 정도다.

울진 북면 흥부역과 봉화를 연결하는 12령 중 샛재에는 성황사가 있다. 선질꾼들은 이곳에 들려 행로의 안전과 상업 활동의 번성을 기원했다.

한편 경북 울진에서는 예전 보부상(등짐장수)들이 걷던 열두고개 옛길을 테마로 한 ‘십이령 등금쟁이 축제’가 매년 북면 하당리 십이령 마을에서 열린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축제에서는 주민과 관광객은 십이령 옛길을 따라 부보상 발자취를 느껴보고 다양한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다. 이 축제는 마을 사람들이 꾸리고, 마을 사람들이 만들고, 마을 사람들이 치루는 마을축제라서 더욱 정겹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힐링 숲…금강소나무숲길”

/news/photo/first/201508/img_173282_1.jpg"금강송숲길/news/photo/first/201508/img_173282_1.jpg"
500년 금강소나무 솔향이 온 몸을 감싸는 울진금강소나무숲길. 산양과 금강소나무와 만나고 보부상들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보부상의 이야기가 있는 울진의 금강소나무숲길은 진정한 대자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숲의 휴양과 치유기능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등산객이 몰려들고 있다.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소광2리까지 약 13.5㎞ 이어지는 울진소나무숲길은 국내에서 최고의 오지 가운데 하나를 관통하는 옛길이다. 울창한 소나무숲에서 여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특히 이곳은 십이령 중 네 고개가 포함되어 있어 곳곳에 비경이 펼쳐진다. 천연기념물 산양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산림자원을 보존하는 자연중심의 숲길 운영으로 가이드를 동반한 예약 탐방제를 실시, 구간별로 하루에 선착순 80명만 숲길에 들인다. 그래서 지난 2014년 한해 전국 각지에서 선택받은 약 1만9천여 명만이 금강소나무숲길을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또 지역주민들이 도시락 판매와 민박을 통해 총 1억7000여만 원의 소득을 올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 悠悠自適 ‘두천마을’

悠悠自適(유유자적).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마을의 하루는 말 그대로 여유(餘裕)가 있어 한가(閑暇)로워 걱정이 없다. 자연과 함께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간다.

그렇다면 두천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원님과 말래’란 마을 이름과 관련되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간단히 이해가 된다.

두천리는 옛날에 한양으로 가는 길인 십이령 길목이어서,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마을을 지나야 했다. 이 고을 원님이 부임할 때도 반드시 이 길을 거쳐 가는데, 어느 날 원님이 말을 타고 지나가다가 날이 저물어 이 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다. 그런데 자고 나니 원님이 타고 온 말이 간 곳 없이 사라져버렸다. 하루 종일 원님과 아랫사람들이 말을 찾았는데, 지금의 안말래 다래 덩굴 밑에서 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로부터 ‘말래(馬來)’라는 이름이 전해 내려오게 됐다고 한다. ‘두천(斗川)’은 말래(馬來)의 ‘말’에서 ‘말 두(斗)’ 자를 따고, ‘래(來)’를 ‘내’로 해 ‘내 천(川)’ 자를 따서 부르게 된 이름이다.

원래 울진군 원북면에 속했으나 1916년 3월 1일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두천리라 하고 북면에 편입됐다.

두천마을은 행정구역상 두천1·2리로 이루어져 있다. 바깥말래(外斗川)라고도 하는 두천1리는 십이령 길목에 있어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 가야 하는 마을이었다. 김녕 김씨와 청송 심씨가 들어와 처음 마을을 이뤘고, 이어 해주정씨가 들어왔다. 두천2리는 안말래(內斗川)와 사기골, 장평 등 세 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안말래는 600년경에 심씨가 개척한 마을이고, 사기골은 사기그릇을 만들던 곳이다. 장평은 주막이 있어 십이령을 넘는 길손들이 쉬어 가던 곳 이었다.

두천1리 동쪽은 말래에서 내려가는 물이 하당리(下塘里)로 흐르고, 서쪽은 배목재(梨項嶺)를 중심으로 두천2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남쪽은 악구산(岳丘山)이 있으며, 북쪽은 남산재를 경계로 상당리(上塘里)와 닿아 있다. 두천2리 동쪽은 형제봉이 솟아 있고, 서쪽은 안일왕성(安逸王城), 남쪽은 악구산, 북쪽은 세덕곡산(細德谷山)이 있다. 안말래에서 내려오는 물이 바깥말래를 거쳐 울진 남대천으로 흘러든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282_1.jpg"덕구계곡/news/photo/first/201508/img_173282_1.jpg"
덕구계곡
두천마을 주변볼거리로는 구수곡자연휴양림, 덕구온천, 덕구계곡 등이 있다.

울진=김익종기자

<금강소나무숲 여행 팁>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과 금강소나무와 만나고 십바지게꾼들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금강소나무숲길을 걷기 위해서는 사전예약이 필수다. 구간별로 선착순 80명만 탐방이 가능하다.

숲해설가와 동반해야 하며, 구간별 9시에 출발한다. 중간에 힘들어도 탈출로가 없으니 주의하자.

홈페이지:www.uljintrail.or.kr

전화:054-781-7118

△1구간

산림유전자보호구역과 천연기념물인 산양 서식지가 포함되어 있고, 옛날 바지게꾼들이 울진 흥부장에서부터 봉화, 영주, 안동 등 내륙지방으로 행상을 할 때 넘나들던 십이령(열두고개) 중 네고개가 있는 탐방로이다.

코스:편도 13.5km(7시간 소요. 난이도 중상) 두천1리(내성행상불망비)→바릿재(1.2km)→장평(1.8km)→ 찬물내기(6.5km)→샛재(7.8km)→대광천(9.8km)→저진터재(12.2km)→소광2리(13.5km)

출발지: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232.

△2구간

천연기념물 408호로 지정된 쌍전리 산돌배나무(수령 약250년)가 있으며, 옛날 보부상들이 내륙지방으로 넘나들던 십이령 중 두고개가 있는 탐방로이다.

코스:편도 12km(5시간 소요. 난이도 중)소광2리→한나무재(4.3Km)→큰넓재(6.0Km)→쌍전리 산돌배나무(8.8Km)→광회(12.0Km)

출발지: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657.

△3구간

생태경영림으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고의 금강송군락지를 볼수 있는 탐방로이다. 왕복이지만 가는길, 오는길이 달라 중간에 나갈 수 없다.

코스:왕복 16.3km(7시간 소요·난이도 중)소광2리(소광리펜션→저진터재(1.2km)→너삼밭(3.0km)→화전민터(6.8km)→군락지초소/오백년소나무(7.8km)→화전민터→너삼밭→저진터재→소광2리(펜션)

출발지: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657(금강송펜션)

△4구간

다른 구간에 비해 가파르고 재가 높다. 속도 조절과 휴식이 필수이다.

코스:왕복 9.7km(5시간 소요. 난이도 중상) 너삼밭→대광천(0.5km)→아래새재(1.9km)→썩바골 폭포(2.5km)→쉼터(3.5km)→삼거리분기점(4km)→대왕송(5.2km)→장군터(9.7km)

출발지: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2길 111.

울진=김익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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