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마을이야기] 시간이 멈춰버린 비경…꿈길을 걷는 듯
[성주 마을이야기] 시간이 멈춰버린 비경…꿈길을 걷는 듯
  • 김상만
  • 승인 2015.08.1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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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경북 마을이야기-성주 갓말마을

‘조선 8경’ 가야산과 맑은 대가천 따라 형성

퇴계이황 선생의 제자 정구 선생이 정착한 곳

아름다운 무흘구곡에 반해 7언절구 詩 읊어

9곡 중 1~4곡은 성주 위치…피서지로 ‘각광’

국내 첫 야생화식물원, 수목 등 800여종 갖춰
/news/photo/first/201508/img_173371_1.jpg"회연서원/news/photo/first/201508/img_173371_1.jpg"
경북도지정 유형문화재 제51호인 회연서원 모습. 조선 선조 때의 대유학자인 한강 정구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고 지방민의 유학교육을 위해 그의 사후에 제자가 세운 서원이다.
성리학의 고장으로 유명한 경상북도 성주군 갓말마을. 조선시대 성주가 낳은 대유학자 한강(寒岡) 정구(鄭逑)선생의 학문의 열정과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다. 맑은 물과 계곡의 기암괴석, 빼어난 경관의 가야산 등 탄성이 절로 새어나오는 갓말마을로 떠나보자.

◇ 대유학자 정구 선생 정착한 성리학의 고장

해발 1천433m의 가야산은 우리나라 12대 명산, 조선 8경의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경북 성주군의 남서쪽 경계지역에 있는 산으로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명산인 가야산과 맑은 대가천에 따라 취락이 형성된 마을이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뽐내는 성주군 수륜면이 그곳이다. ‘인륜(人倫)을 닦은 마을’이라는 뜻에서 ‘수륜(修倫)’이라 칭했다고 한다. 마을 유래처럼 예로부터 선비가 많이 배출된 유서 깊은 문화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수륜면 수성리의 동쪽에 위치한 곳이 갓말마을이다. 지명은 마치 본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가지와 같은 산기슭 밑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 지촌이라 했다. 지촌을 이두로 칭해 가지 끝에 자리하는 마을 ‘갓말’이라고 부르게 됐다.

조선 선조 때 한강 정구 선생이 이 마을 뒷산(창평산)에 선영을 쓰고 3년간 여막을 지키게 된 인연으로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그는 갓말마을에서 학문과 도덕을 닦으며 많은 학자들을 배출했다. 현재 청주정씨 집성촌을 형성하고, 한강 선생으로부터 450여 년 간 이어오고 있다.

갓말마을에서는 도지정 민속문화재 자료 제614호인 성주 한강종택이 있다. 종택의 주인인 정구는 이황의 대표적인 제자로 퇴계학을 크게 발전시킨 동시에 많은 제자를 양성해 일군의 학파를 형성한 인물이다. 그의 학통은 영남뿐만 아니라 이후 허목, 이익, 정약용으로 이어지면서 실학의 연원을 확립했다.

갓말마을 인근의 한강 선생을 배향한 회연서원은 한강 정구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고 지방민의 유학교육을 위해 그의 사후인 1627년(인조 5) 제자들이 뜻을 모아 세운 서원이다.

서원이 위치하고 있는 곳은 1583년(선조 16)에 정구가 회연초당(檜淵草當)을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던 곳이다. 1690년(숙종 16)에 현판, 서적, 토지, 노비 등을 하사받아 국가로부터 서원으로서 권위를 인정받은 사액서원이 됐다. 1868년(고종 5) 서원 철폐령에 따라 훼철됐다가 1970년대에 복원했다. 매년 음력 2월과 8월에 향사를 지내고 있다.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하는 무흘구곡

갓말마을을 비롯해 성주에는 아름다운 명소가 많다. 경관이 빼어나 피서지로 각광을 받는 무흘구곡도 그 중 한 곳이다.

대가천의 맑은 물과 주변 계곡의 기암괴석, 수목이 절경을 이루는 무흘구곡은 한강 정구 선생이 중국 남송(南宋)시대 주자(朱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받아 7언절구의 시를 지어 노래한 곳이다. 9곡 중 1~4곡은 성주에, 나머지는 김천시에 있다.

무흘구곡은 대가천을 거슬러 오르면서 경치 좋은 곳에 원림을 경영하고 각 곡마다 7언절구를 지어 주자의 무이구곡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지은 것이다. 주위의 자연을 인간의 수양 세계로 이해하며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읊은 시(詩)다. 성주군 수륜면에서 시작해 김천시 증산면에까지 걸쳐있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371_1.jpg"봉비암(1곡)/news/photo/first/201508/img_173371_1.jpg"
대가천을 끼고 회연서원 뒷편에 자리잡은 무흘구곡 1곡인 봉비암.
1곡은 회연서원 뒤편에 있는 봉비암이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대가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깨끗한 물이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정구 선생은 이곳을 본성 회복의 시발점으로 삼았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371_1.jpg"한강대(2곡)/news/photo/first/201508/img_173371_1.jpg"
무흘구곡 2곡인 한강대에서 바라보는 탁 틔인 절경이 일품이다.
2곡은 한강대로 수륜면 갓말마을 뒷산 정상에 있다. 정상바위에 후대 사람이 한강대라 크게 새겨 놓았다. 탁 트인 전경이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하다.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내는 신비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371_1.jpg"배바위(3곡)/news/photo/first/201508/img_173371_1.jpg"
절벽위의 정자가 자리잡은 무흘구곡 3곡인 무학정
3곡은 무학정으로 성주군 금수면 무학리에 있다. 바위의 형상이 배와 같아 선암 혹은 주암이라고도 한다. 그 바위 봉우리에 축대가 있어 이를 무학정이라 부른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371_1.jpg"선바위(4곡)/news/photo/first/201508/img_173371_1.jpg"
굽이쳐 흐르는 물 옆에 우뚝 솟은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흘구곡 가운데 4곡인 선바위(입암)다.
4곡은 입암으로 금수면 영천리에 있다. 굽이쳐 흐르는 물 옆에 우뚝 솟은 바위가 있는데 이를 선바위(입암)라고 한다.

◇ 아름다운 가야산, 자연학습장으로 인기

수륜면 갓말마을에 이어 가야산까지 탐방한다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가야산은 성주를 비롯해 경남 합천군, 거창군에 걸쳐있는 명산이다.

수륜면에서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59번 국도를 따라가면 검붉은 기암절벽이 하늘을 찌르는 장쾌한 광경이 펼쳐진다. 이 일대에는 해인사만큼 유명한 절은 없지만 법수사를 비롯한 많은 폐사가 자리 잡고 있다.

가야산 국립공원 만물상 구간(연장 2.49㎞·백운동야영장~만물상~서성재) 탐방로가 개방됐다.

이 구간은 수많은 형상을 한 바위와 탁 트인 조망 등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가야국 여신 정견모주와 하늘신 이비하가 만났다는 전설이 서린 ‘상아덤’과 기암괴석의 향연이 백미를 이룬다. 또 구간 대부분이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원시 그대로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계곡, 폭포를 끼고 이어지는 용기골 등산로 코스는 웅장하고 남성적인 가야산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길을 따라 이어지는 맑은 계곡도 등산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다. 딸배나무, 고로쇠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다. 산다람쥐, 산토끼 등이 산 여기저기에서 뛰놀고 있어 자연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가족 동반 등산로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가야산자락에 위치한 가야산야생화식물원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 명소다. 이곳은 우리 고유의 야생화에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국내 최초의 야생화 전문 식물원으로 총 800여종의 수목과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국내 유일의 군립식물원이다.

성주=추홍식기자 chh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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