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마을이야기] “여기 오면 웃음꽃 활짝…마음의 시름 두고 가세요”
[청도 마을이야기] “여기 오면 웃음꽃 활짝…마음의 시름 두고 가세요”
  • 김상만
  • 승인 2015.08.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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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성수월마을

주차하면 고객에 500원 주는 등

역발상 아이디어로 관광객 모아

개그맨 전유성씨 철가방극장 운영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공연 못 봐

댐 건설로 마을 수몰 아픔 겪어

주민 45명 댐 상류 새 터전 잡아

정부 농촌개발사업에 적극 참여

계절별 체험·자전거투어 등 개발

인근엔 맑은 물·울창한 숲 장관
/news/photo/first/201508/img_173415_1.jpg"성수월마을밤하늘-2/news/photo/first/201508/img_173415_1.jpg"
청도 풍각면에 있는 성수월마을은 한때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철가방코미디극장’, ‘몰래길’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지금은 연간 20여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인기마을이 됐다. 사진은 성수월마을 밤하늘.

농촌으로의 여행길은 언제나 즐겁다. 고향 같은 정겨움이 있고, 마을마다 새로움이 더하기 때문이다. 농촌마을 중에서도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곳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청도 풍각면에 있는 성수월 마을이지 싶다. 개그맨 전유성 마을로 더 유명해졌다.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철가방코미디극장’(웃음건강센터), ‘몰래길’ 등 기발한 역발상 아이디어로 지금은 연간 20여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인기마을이 됐다.

◇반짝반짝 역발상 아이디어

“주차비요? 주차하면 돈 드려요.” 처음에는 ‘개그맨 동네’라서 웃기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 근데 주차장 관리인이 대뜸 500원을 건넨다. 정말 주차비다. 그래서 주차장 이름조차 ‘고객이 돈 버는 주차장’이다. 방문객이 2시간 이상 주차하면 현금 500원을 주거나 카페·식당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참 어이없지만 기분 좋은 동전 하나다.

이렇게 성수월 마을은 역발상 아이디어로 관광객을 모으고, 머문 관광객을 더욱 기분 좋게 하는 엉뚱한 마을이다.

하나 더. 시골에서 개그 공연을 볼 수 있게 했다. 바로 성곡댐 앞 전유성이 운영하는 철가방극장이다. 무대가 열리면 성곡댐이 무대 배경이 된다. 실제 자연을 무대 배경으로 활용한다는 점 또한 엉뚱하지만 이색적이다. 개그맨 지망생 30여명이 뛰어난 아이디어와 맹연습을 통해 만든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철가방극장은 언제나 만원이다. 그래서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성수월 마을의 역발상 아이디어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 마을에는 산책 코스가 하나 있는데 이름부터 그동안 많이 들었던 올레길, 둘레길이 아닌 몰래길이다. 몰래길은 신라 초기에 복속된 주변에 있었던 소국인 이서국(伊西國)의 나무꾼이 이 길에서 몰래 소원을 빌었더니 소원이 이루어지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월리 입구 우측에 ‘구라치기 없기, 큰소리 안 내기, 각종 소원 환영, 분실물 환영, 보는 사람 임자.’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에서 시작한다. 중간에도 몰래길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 안내판이 있다. 성곡댐을 한 바퀴 도는 코스와 그린투어센터를 출발해 각북 최복호 패션연구센터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다.

이처럼 성수월 마을은 아무도 하지 않은 일로 희망을 썼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삶의 터전이 한순간 물속에

경북 청도군 성곡리와 수월리를 아우르는 성수월 마을에는 뼈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1999년 성곡 1리와 성곡 3리가 중규모농업용수개발사업으로 삶의 터전이 한순간 물속에 잠긴 것.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고 뿔뿔이 마을을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중 23가구 45명 주민들은 성곡댐 상류에 자리를 잡고 물속의 고향을 그리며 짠한 가슴을 품고 살았다. 성수월 마을 주민들은 아픔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2007년 시작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마을은 새로운 발전 기회를 잡게 된다. 2009년에는 마을사업의 컨트롤타워인 ‘그린투어센터’를 완공했고,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전국평가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아 추가 예산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 사업이 마무리된 2012년 상반기, 성수월 마을은 180도 달라질 수 있었다. 다양한 마을사업도 벌이고 있다. 미나리 채취, 사과 따기 등 계절별 체험과 자전거투어, 자연미술·음악·푸드학교 등 방문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 중이다. 이 모든 것은 주민들이 똘똘 뭉쳐 직접 고민하며 만들었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청도, 그 속에서도 성수월 마을이 먼저 입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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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전유성씨가 운영하는 철가방극장 외부 모습.

◇계곡에 발 담그고, 소싸움에 소리 지르고, 와인의 향에 반하다

성수월 마을에서 청도중심 권역인 청도나들목 인근으로 발길을 돌려보면 청도소싸움경기장, 와인터널, 프로방스, 낙대폭포, 청도읍성, 유등연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깊은 계곡은 맑은 물과 바위,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여름철이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지경이다.

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경남의 언양을 잇는 도로를 따라 펼쳐진 삼계리계곡은 배너미, 생금비리, 개살피라는 세 계곡으로 이뤄져 삼계계곡으로 불린다. 계곡 좌우에 늘어선 갖가지 형태의 바위, 그 앞을 완전히 덮고 있는 울창한 숲, 해발 1천240m의 가지산에서 발원하는 계곡물은 산자락 곳곳에서 흘러드는 물과 합쳐 급류와 폭포를 이룬다.

청도군 화양읍에서 동천을 따라 약 2㎞ 가면 하늘과 땅이 조화로움을 이뤄 빚어낸 천혜의 절경 ‘남산골계곡’이 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절벽, 소를 이루며 흐르는 청담옥수는 찾는 이들의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또 골짜기를 가득 메운 울창한 숲은 서늘한 한기로 여름 무더위를 쫓아낸다.

청도역에서 약 3㎞ 떨어진 남산 중턱에 있는 낙대폭포는 높이 30여m로, 깎아져 만들어진 듯 한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하얗게 쏟아오르는 물보라가 절경을 이룬다. 낙대폭포는 예부터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약수폭포’라고도 불린다.

‘청도’ 하면 가장 먼저 소싸움이 떠오를 만큼 소싸움은 청도를 대표하는 여행 상품이다. 1만1245석의 좌석을 갖춘 돔형 경기장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청도소싸움경기는 700~1000㎏에 이르는 거대한 소들이 뿔을 맞대고 벌이는 힘겨루기에 금세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한다. 여기에 돈을 걸고 내기하는 베팅의 짜릿함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소싸움은 오래전부터 경상도 지방에서 성행하며 주로 한가윗날 벌이던 민속놀이다. 소싸움경기장 입구인 소테마파크에서는 소싸움로봇 등 소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도 있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415_1.jpg"딸기수확체험-5/news/photo/first/201508/img_173415_1.jpg"
성수월마을에서 한 아이가 딸기 맛을 보고 있다.

이국적인 정취의 청도와인터널도 가볼 만하다. 와인터널은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에 완공된 구 남성현 터널로 지금은 와인이 숙성되는 공간으로 변했다. 직육면체의 화강암과 적벽돌을 3겹의 아치형으로 쌓아 건설했으며, 내부 온도가 연중 15℃ 내외로 와인을 발효·숙성하는 데 제격이다. 청도의 감 와인은 청와대의 공식 행사 때 건배주로 애용될 정도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내부 와인카페에서 세계최초로 만든 감와인의 톡 쏘는 맛을 즐겨보자.

청도소싸움경기장 바로 맞은편에서는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빛의 축제가 펼쳐진다. 환상적인 빛으로 밤하늘을 수놓은 프로방스포토랜드로, LED등 개수만 1천만개에 달한다.

형형색색의 조명등과 어우러진 하트 모양의 불빛과 터널, 여기에 고흐 등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난다.

청도=박효상기자

성수월 마을은 자전거 트래킹 코스로도 제격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최근 레포츠 즐기기 좋은 농촌체험휴양마을 10곳을 추천했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성수월 마을이다. 한적한 풍경이 매력적인 성곡댐 주변 자전거 트래킹은 외지인들에게는 데이트 코스로 알려져 있다. 개그맨 전유성이 운영하는 코미디극장과 ‘몰래길’도 빠뜨릴 수 없는 성수월 마을의 방문코스이다. 또한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그린투어센터내 식당에서는 청도 특산물인 미나리로 만든 맛깔스런 음식들도 맛볼 수 있다.

△추천 체험거리 : 자전거 마을탐방, 피자·바람떡 만들기, 에코백 만들기

△볼거리 : 소싸움 경기장, 코미디 철가방 극장, 자계서원, 청도읍성, 운문사

△먹거리 : 돼지수육, 미나리비빔밥, 미나리전, 미나리 두부무침, 한우국밥

△소재지 :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 581

△예약 및 홈페이지 : 054-371-1170, www.성수월.com

청도=박효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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